아빠의 꿈, 1900×350×6509(h)㎜ 느티나무, 다람쥐, 동선, 동판
새와 다람쥐가 부지런히 들락거렸지. 하품하는 하마 입 같은 활짝 열린 입구는 먹이를 물고 날아들거나 도토리 껍질을 부지런히 맛나게 까먹을 수 있는 최적공간이기도 했었어. 그물망 은 과식한 배처럼 늘 불룩 튀어 나와 가끔은 작은 곤충들도 들락거리곤 했지. 속이 움푹 파인 나무그릇엔 언제나 맑은 물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야. 물은 늘 찰랑찰랑 그득했는데, 바로 아랫집 소년이 매일 물을 채워주었어. 이 작은 동산 숲 속 느티나무에 걸려있는 재미난 이 조형물(造形物) 이름은 ‘아빠의 꿈’이야.
합창, 800×800×2500(h)㎜ 대추나무, 동선, 동판, 철
어느 무덥던 여름날이었어. 동산을 오르던 소년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지. 그 나무가 너무나 아빠와 닮았던 거야. 천천히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며 나지막하게 독백했었지. “그래 맞아. 저렇게 자신을 다 내어주고 다람쥐들이 찾아와 놀게 하는 것이었어. 나무가 희생하고 앙상한 가슴뼈만 남았네. 그래서 새와 다람쥐와 개구리들이 꿈을 꿀 수 있었던 거야. 우리를 즐겁게 자라게 한 아빠처럼 말이야.”
고백, 20(W)×15(D)×50(H)㎝ 느티나무, 참죽나무
희비극의 교차 평형의 삶
작가는 살아가면서 좌절의 쓴맛에 직면하더라도 희망의 발견을 위한 삶의 행보(行步)를 이어가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이야기를 전한다. 풍자와 해학으로 담은 인간사와 명료하고도 직설적인 명제(命題)들도 관람자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다. 유화물감으로 채색된 군상(群像)을 부조한 ‘먹이사슬’은 형상들이 서로 물리고 물리는 생존의 격렬함을 유기적으로 조각한 작품이다.
또한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얼굴에 홍조를 머금은 채 꽃을 뒤로하고 수줍은 고백을 감추던 설레던 떨림이. 꽃이라는 것은 하나의 상징성으로 가장 순수한 인간을 표현한 작품 ‘고백’이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 구(球)를 먹으려하나 그 끝에 닿지도 먹지도 못하고 결국은 먹이 앞에서 왔다갔다 할뿐인데. 그 부질없는 욕망의 허상(虛像)을 담은 움직이는 작품 ‘욕심’이다.
먹이사슬, 125(W)×6(D)×125(H)㎝ 참죽나무, 유화채색
이처럼 작품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나’도 있고 가족도 있고 이웃도 있다. 작가는 가시고기처럼 자신을 희생하는 부성애(父性愛), 주변부 삶으로 읽혀지는 고독과 비애의 하루를 살아가는 깡마른 중년의 남자 등 작품들이 저마다 역할을 부여받은 이른바 ‘김병철의 조각극(彫刻劇)’으로 개인전을 풀어간다.
그들을 바라보면 감동위에 겹치는 묘하게 밀려오는 허무와 상실감의 교차를 경험하게 된다. 마치 희비극(tragicomedy)을 관람하는 것처럼. 작가는 이 극적인 연출에서 어떤 평형의 삶을 건져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작품 ‘합창’으로 울림을 만들어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꿈을 꾸는 자아의 재발견. 그것이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의 표현법인 것이다.
욕심, 3,000×270×1,170㎜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대추나무, 느티나무, 동력장치
초현실‧표현주의적 조각상
그는 고사목(枯死木) 등을 재료로 활용한다. 또 목재소에 등에서 향나무 등을 구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일상을 현실적인 비판과 익살스러움으로 표현해 온 작가는 형식적으로 한국적인 요소와 현실 인간상의 결합을 통해 초현실주의적이며 표현주의적인 인간상을 조각하고 있다.
작가는 “대학원 시절 자연적 자료를 찾다가 우연찮게 그냥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을 주워들고 바라보는데 나무에서 나오는 향기에 그만 매료되어버렸다.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흙이고 나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무를 깎아 절구모양으로 사람의 얼굴을 나열하여 ‘가난’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라고 밝혔다.
다람쥐 쳇바퀴, 850×100×800㎜ 참죽나무, 소나무, 유화채색
그가 조각한 인체는 입과 팔 등 신체일부분을 과시하는 듯 강조하기도 하고 생략하거나 때론 절제를 감지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더욱 긴장의 이미지로 다가오고 작품의 동작이나 움직임에 시선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 관람자의 내면을 파고들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을 획득해내는 것. 바로 작가의 능력이자 작품의 힘이다.
△출처=월간 Leaderpia(리더피아) 2014년 8월호 기사
△권동철, 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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