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Dokdo)
광겁의 섬, 기운찬 물결에 솟아오르는 魂이여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그곳으로 합쳐졌다. 향기 넘실대는 꽃물결 위를 오방색채(五方色彩) 살랑이면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런 때, 수면은 유년의 향수 해후(邂逅)의 기쁨처럼 오색찬란한 판타지아 선율로 풍성해졌다. 떠나올 적, 폐부(肺腑)에 새겨진 어머니의 한마디 말 자애의 미소처럼 지금은 부활의 서시로 가없이 펼쳐지는 저 섬, 섬!
35여년 화업(畵業) 여정. 산의 심혼(心魂)을 노래해 온 박기수 화백이 도미(渡美) 일 년여 만에 여든여덟 개 별자리를 모두 껴안은 장엄한 우주정신의 표상(表象) ‘독도(獨島)’연작으로 우리 앞에 다시 우뚝 섰다. 생의 첫 그림처럼 이십사시(二十四時) 물길을 열듯 떨림과 흥분의 뜨거운 열정이 용솟음치는 광활한 영감(靈感)의 세계를 선보이는 것이다.
敬畏의 낯빛 抽象의 승화
산화(散華)의 맹서 없이 어찌 사랑이란 이름을 얻을 수 있으랴. 물안개 자우룩한 밤바다, 조각난 파편들이 상처의 환부를 도려낸다. 삭풍보다 모진 외마디들이 비릿한 물 냄새 위를 맴돌다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떠오르는 해를 머금은 채 숨죽인 여명(黎明)의 바다.
살갗은 더욱 단단해지고 명주실보다 질긴 생명의 근원으로 거듭난 억겁세월이라. 섬은, 간결하고 또렷한 장정팔뚝의 굵은 힘줄 그 원형(原形)의 낯빛으로 새날을 열었다. 그렇게 순전한 화면은 고스란히 현세의 방향타(方向舵)에 물음을 던지고 있으니….
보드라운 햇살아래 첫 세상을 나온 연노랑 개나리 새순처럼 밀어의 아쉬움은 연정을 북돋웠네. 청춘은 거칠 것이 없고 정열은 용암처럼 뜨겁게 마구 퍼부었어라. 시상(詩想)은 우주와 내밀한 인연을 다시 일러주고 보송한 솜털 목도리를 감은 채 흰 눈(雪) 떠다니는 그리움의 추상공간(抽象空間)서 신비로움의 불가사의를 만나네.
하여 겹겹으로 쌓여 일렁이는 생생한 경외(敬畏)의 세계로 표현해 낸 진리의 감동. 그 헤아림의 줄기 오감(五感)으로 밀려와 바다와 육지를 잇는 교향곡, 손과 손 맞잡은 춤으로의 승화(昇華) 마침내 천지지간 중심에 우뚝 서는 뜨거운 가슴 행진이 되었어라.
한반도, 힘찬 울림의 脈
‘우리 것’의 본능적 직관과 가슴 훈훈한 정담이 높고 깊은 무위(無爲)의 정신으로 인도한다. 그것은 고요한 대양(大洋)처럼 묵언(默言)의 울림으로 반긴다. 그 앞에서 주권(主權)을 어머니를 ‘나’를 다시 발견하는 오늘. 바로 이것이 한국인의, 맥(脈)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4년 8월 2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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