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bol, FRP 115×170×5㎝ 2007
인간의 허위 발가벗긴 발칙한 상상
입술뿐만 아니라 알몸, 머리와 패션 등 모든 것이 백색이다. 순수, 정결, 청순, 신성에 이르기까지 순백이 주는 이미지는 고결함에 가까운데 눈 부실 정도로 하얀 피부의 '여자'들은 섹시함을 뛰어넘어 몸 파는 여인의 포즈까지 취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원초적인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데 부조(浮彫)는 아름다우면서도 '야'하다. 이 도발적인 포즈는 작가의 잘 기획된 의도이자 보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능청스러움이 숨겨 있는데 여기에는 섹시함을 은폐하기 위해 화이트라는 단색을 사용한 의도도 스며 있다.
nurse, FRP 115×180×3㎝ 2007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야하기
벽에 부착된 납작한 백색 부조의 '여인'은 강렬하게 각인되고 몹시 끌리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시각적으로 노골성 등은 이미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만이 시선을 머물게 하지는 않는데 그 비밀은 부조기법(Relief) 영향이 크다. 정면성이 강조되는, 한 면을 보지만 사면을 볼 때와 같은 효과를 얻어내는 부조의 역할인 것이다.
또 그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이나 여러 상상들이 머릿속에서 막 일어날 텐데 그것을 느끼는 순간 이 둘이 잘 결합된 극대화 효과가 묘하게 끌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이대범 미술평론가는 "이것은 '잠시'의 지점과 닮아 있다. 또한 작업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시선의 방식도 '잠시'의 순간에서 가지고 온다. 이미지 속 신체는 개별적 여성이기보다는 대명사로서 여성이다. 그러기에 이미지에 투사되는 시선은 개별적 특성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물질적 덩어리로서 이미지를 파악한다"고 썼다.
full course, FRP 80×150×5㎝ 2007
실현될 수 없는 욕망의 과잉
도심 빌딩가의 퇴근길. 주점들이 하나 둘 불이 켜지고 거리엔 무질서하게 전단지들이 뒹군다. 조훈 작품 모티프는 유흥업소에서 무단으로 살포하는 전단지로부터 왔다.
작가는 이들의 거의 벗다시피 한 신체를 윤곽만 오려내 평면과 입체의 부조 속으로 캐스팅했다. "나는 도심에 뿌려진 전단지에 주목한다. 그것에 프린트 된 집요하게 보여주는 육체의 일부, 그 이미지를 수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머릿결과 잘 빠진 다리 선은 그저 응시하는 차원을 넘어 촉각을 자극하기도 하며 부풀어 오른 유두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 가슴이며 살짝 벌린 입술로 유혹의 눈빛을 내리깔고 있기도 하다. 또 긴 생머리와 굽 높은 하이힐 등은 현대인의 실현될 수 없는 욕망 과잉을 보는 듯하다.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전단지란 현대인의 허술한 욕망과 섹스산업 사이를 매개하며 공생한다. 음지에서 번창하는 비주류 성문화를 제도 공간에서 공론화시키고 역설적이게도 순결하고 거대한 순백으로 작업함으로써, 사회적 현안도 건드렸지만 시각적 자극에서 만큼은 오히려 중독성을 배가시켰다"고 평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에는 섹스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그러한 느낌을 담고 있는데 그 지점에서 섹스를 상기해볼 만한 하다. "각자가 자기 자신의 이해 가능성에, 자기 육체의 총체성에, 자신의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것은 실제로 섹스다. 즉 성의 장치에 의해 결정된 상상적 지점이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미셀푸코, 성의 역사1, 이규현 옮김, 나남)
조훈 작가는 백색 부조에 도발적인 여인을 개방함으로써 갈수록 치밀하고 교묘해지는 자본 문명의 발달과 그것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허위성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나의 참모습'일 수 있기 때문으로 누군가에겐 어쩌면 지독한 덫 혹은 텍스트일 수도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0년 11월30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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