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se, 52.5×45.5㎝(each) oil on canvas, 2011
신 새벽. 뿌연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꽃길이 점점 오색영롱하게 밝아왔다. 지난밤 그 거리를 적신 결정(結晶)의 물방울들이 이른 아침 수줍게 가로수 잎에 매달려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이윽고 눈이 부시게 햇살이 솟아났다. 그러자 숲과 강물과 새들의 아름다운 색채들이 부드러운 선율처럼 하나 둘 두드러지며 축제행렬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Golden mean, 90×53㎝ 2011
소통의 감각 치유의 감수성
광활한 대지 끝없는 사막의 횡단 길처럼 선과 색면(色面) 그리고 기호들로 표현되는 화면엔 속도감이 전해온다. 물기를 촉각으로 느낄 때처럼 선명한 개별적 이미지들이 연동(連動)되는 메타포가 우선, 시선을 끌어당긴다. 무엇을 전달하는 긴박한 코드 혹은 단박에 반응하는 오직 하나의 텍스트가 분주히 사인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언뜻 단조로운 듯 한 화면은 그러나 생생한 현재성(現在性)의 동력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부각된다.
캔버스 위 크레용연필과 오일페인팅으로 결합한 ‘Compose’연작 원(圓)은 회전하며 만나고 그리하여 생성된 거대 에너지가 분출하는 우주공간을 드러낸다. 화면의 선, 점, 면, 직선 등이 의도적이고 기하학적이라면 원은 그냥 두 팔을 한 바퀴 돌릴 때의 자연스러움처럼 사람의 행위에 훨씬 가깝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화(Socialization)처럼, 사실 원이라는 것도 직선과 점의 연속이 아닌가. 이러한 관점에서 중용(中庸)의 균형을 제시한 ‘Golden mean’, ‘Untitled’시리즈의 색면 역시 그러한 길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는 것에 설득력을 얻게 된다.
Untitled, 45×37㎝ 2011
핸드 드로잉(hand drawing)의 다양한 색채를 품은 삼각 및 사각형, 큐브(Cube)등의 운동성은 ‘나’를 둘러싼 주변과 어떻게 조화로운 밸런스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의 노정에서 만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서로 스스로 찾아서 만나고 결합하는 듯하다. 또한 그것은 천체와 인간의 공존 그리고 동화(同化)와 다르지 않다. 작가는 “Compose 연작은 결국 우주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해석하는 것이다.
선이 원으로 되는 경로의 치열함, 그 속에 싹트는 감성으로의 치환(置換). 나는 존재들이 소통, 충돌, 화해하고 그러면서 반복되는 일상의 리얼리티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때문에 작가의 조형언어는 추상이라기보다는 추상적 리얼리티라 불러야 마땅하다. 육신의 상처와 정신의 치유를 위한 몸과 마음의 평형길이 작가가 몰입하여 닦아놓은 색채의 면(面)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이 맥락과 함께한다. 이처럼 세상사 한 발 비켜서서 혹은 명상의 시선으로 관조하며 둥글게 대하는 연륜처럼 심안(心眼)의 견지를 제시하는 그의 작품들은 ‘나’라는 개체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의 문제를 제언하고 있는 것이다.
Golden mean, 102×76㎝ oil on canvas, 2011
生, 아름다움의 복원과 침묵
선은 공간으로 이어진다. 씨줄과 날줄이 엮어내는 신비로운 우주의 광대한 순환법칙은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침묵으로 가르친다. 형형색색의 풍경들을 꾸미고 모험의 짜릿한 성취를 위해 희망의 푸른 돛단배 위에 승선하기도 한다. 그때 비로써 자신을 괴롭혔던 번민, 아직도 삭혀지지 않은 마음의 상실, 속절없이 내 몸이 떠밀리는 과잉의 물결에 서 있는 자아를 보게 되는 그때. 하! 선과 면과 색채들이 교우하는 그 낮은 길목에 스스로 낮추고 생기(生氣)로 가득한 소박한 꿈들이 피어나 불안의 그늘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출처=모두가 리더 되는 상상나라 리더피아-월간 ‘Leaderpia' 2014년 9월호
△글=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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