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병철(KIM BYUNG CHUL). 작품 ‘배부른 놈, 배고픈 놈’을 손에 받치고 있다. 물질주의에 함몰되어 표출된 우리사회의 왜곡된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먹을 만큼 먹고 나면 더 이상 탐하지 않는 동물의 본능마저 저버린 인간을 질책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무 작업을 하면 편안해 집니다. 나무향기를 맡으면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있어요. 끌로 조각하고 원하는 형상이 나왔을 때 보람 같은 카타르시스가 밀려오는데 아마도 그 진한 감동에 빠진 것 같습니다.” 오는 28일까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문규미술관’에서 조각가 김인태 작가와 2인전(展)을 갖고 있는 김병철 조각가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만인만상
, 250(W)×6(D)×60(H)㎝ 참죽나무, 유화채색, 2012. 사각 프레임 안에 유화물감으로 채색된 인간의 여러 표정과 생각들이 카테고리처럼 섞여 있다.
구체적 작품 명제(命題)들이 시사하듯 자아와 가족 그리고 이웃(사회)과 관계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작품 메시지는 강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김병철 작품의 힘이기도 한데 그는 이에 대해 간략하고 명료하게 답했다. “분노와 불안의 그늘을 풍자(諷刺)와 위트(wit)로 녹여 낸 절망 속 희망 찾기”라고 했다.
▲샘솟는 눈물
, 130(W)×120(D)×310(H)㎝ 생수병, 참죽나무, 유화채색, 2007. 커다란 생수병에서 연결되어 눈물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전시장에서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라며 “눈물은 가장 진실한 인간의 단면으로서 아이들은 눈물을 아름답게 보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작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를 꼽으라고 하자 매우 곤란한 질문처럼 고개를 갸우뚱하다 “워낙에 많아서…”라며 ‘이상주의자의 독선’을 선택했다. 여러 개의 나무를 연결해 조여서 만든 작품으로 가로크기가 4m가 넘는데 이 한 작품에만 꼬박 2개월을 매달렸다고 한다. “비현실적 이상을 찾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돛단배의 형상으로 망치로 두드리며 끌로 조각한 철저한 노동의 산물이었지요. 내 열정을 다 쏟아 부었었는데 작품으로 완성했을 때의 희열이 아직 생생합니다.
이상주의자의 독선, 410(W)×120(D)×236(H)㎝ 적송, 미송, 1994
작가는 전시를 조각극(彫刻劇)형식으로 이끌어 간다. 전시장이 연극무대가 되고 작품들이 관객들과 호흡하는 극 형식을 띈다. 그는 “표현주의적인 방식을 통해서 관람자와 소통하고 싶었지요. 결코 아름답지 않은 각양각색의 얼굴들이 맞대며 살아가는 삶과 꿈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 입니다”라고 말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4년 7월 22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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