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햇살이 눈부시도록 투명했다. 해맑고 유쾌한 아이들의 수다, 대숲으로 스며든 빛살을 따라 날아든 새들의 노래, 무성한 가로수 잎들이 그려내는 빛과 그림자의 잔영…. 자연채광을 부드럽게 인도하는 전시장은 은은한 실내조명과 어우러져 두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면서 앙상블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저명화가 실비오 카타니와 한국화가 김현경 2인전(Silvio Cattani × Kim Hyun Kyung Duo Exhibition), ‘Eternal Scherzo(영원한 농담)’전시가 5월23일 오픈, 6월20일까지 서울강남구 청담동 소재 ‘아줄레주 갤러리(Azulejo Gallery)’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전시는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140주년을 기념하여 예술적 동료이자 벗으로 알고 지낸 실비오 카타니와 김현경 작가의 전시로 기획됐다. 명제 ‘Eternal Scherzo(영원한 농담)’은 이탈리아어로 해학, 농담을 뜻하는 ‘Scherzo(스케르초)’와 먹의 농담(濃淡)을 중의적 의미로 반영했다. 실비오 카타니의 채도 높은 유쾌한 색감과 김현경의 먹(墨) 깊이감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실비오 카타니(Silvio Cattani, 1947~)
다채로운 색감과 기법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마티에르를 통해 내면의 여정에 길잡이가 되는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시(詩)의 비유적 기억을 읽는 것처럼 심오한 근원에 대해 탐색하며 다양한 도상(圖像)과 자전적 상징을 통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면의 은유를 이끌어낼 수 있게끔 유도한다.
도자기에서 유리, 드로잉에서 콜라주, 종이와 캔버스에 이르기까지 실험적 경향에 천착하는 작업 방식은 자유로운 제스처를 통해 나타나며 이탈리아의 현대예술연구와 공공예술창작의 폭을 넘나들며 예술적 실험 영역이 제한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실비오 카타니 작가는 이탈리아 ‘트렌토 로베레토 근현대미술관(MART, Trento and Rovereto)’ 부관장이다. 샌프란시스코, 암스테르담, 베를린, 중국칭다오 등 여러 나라에서 다수의 전시를 가진 바 있다.
김현경 작가(Kim Hyun Kyung)
먹을 통해 농담(濃淡)이라는 시간의 중첩을 표현한다. 아주 연한 먹부터 시작해 칠흑 같이 까만 먹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 과정에서 작가는 먹을 머금은 붓이 지나가고 먹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를 30회 이상 반복하기도 한다.
김현경은 한국현대미술에서 한국전통문인화(文人畵)의 정신성과 교유(交遊)하는 독자적 작품세계를 드러내 보인다. 그의 묵죽화(墨竹畵)추상은 관람자로 하여금 마음을 고요히 비우는 허정(虛靜)의 세계로 안내하여 성찰의 시간과 조우하게 한다.
한국화가 김현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조형예술학 박사)졸업했다. 인사아트센터(한국미술정예작가대상수상 기념전), LEE galerie BERLIN(독일, 2012,2014), Gallery Artpark Karlsruhe(독일,2019,2021), 금호미술관(2014,2021), 안상철미술관(2023) 등에서 다수개인전을 가졌다.
[글=권동철, 6월13일 2024. 인사이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