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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11. 8. 14:15



용송, 200×420수묵채색, 2019



강인한 의기 상생의 염원

 

의식 속에는 이미지들이 없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미지는 의식의 어느 한 유형이다. 이미지는 하나의 행위이지 하나의 사물이 아니다. 이미지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이다.”<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사르트르의 상상계, 윤정임 옮김, 기파랑>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하는 것인가. 거친 자연계서 명맥을 잇는 생명의 질긴 끈. 상흔(傷痕)을 태운 흔적인가. 붉은 황톳빛을 토해내는 고송(古松)의 연리지(連理枝)에 송곳보다 예리하게 돋아나는 솔잎의 새싹이 보일 듯 말 듯 꼼지락거린다.

 

서로를 껴안아 성결이 통하는 살갗의 감동 그 상생의 공간. 비와 눈보라, 빛과 어둠, 천둥과 침묵 그리고 바람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 놀라워라, 퇴적의 검푸른 빛깔이 엉킨 그곳에 천년의 시간을 응축해온 발아의 호흡이 아아 들-안개가 아련한 회상처럼 피어오른다.

 

물결처럼 흐르는 필법의 강약 그 리듬 속에서 사물이 탄생하고 대상이 조형적으로 엮이면서 구성되는 화면. 별빛의 포근함은 서정의 발로라고 했던가. 유현(幽玄)한 달빛사이 가늘게 흔들리는 솔잎의 속삭임에 본질이 있다고 했던 그대. 달을 보며 내일의 꿈을 꾸었던 시절을 여전히 기억할지.

 


달빛 흐르고, 50×50수묵, 2019



대지에 뿌리박은 직립의 몸통, 만고풍설(萬古風雪)을 버티어낸 굳은살 같은 두터운 가지를 발판으로 새들이 튀어 오르자 상승의 기운이 거침없이 창공을 가른다. 피아니스트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3(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격렬한 불협화음이 휩쓸고 지나간 여명의 시간 우르릉 슬픔에 젖은 노래를 여태껏 불렀던 것인가. 그때 우미한 유혹의 관능을 뽐내는 소나무사이를 고독감에 젖은 현()의 가락이 유유히 배회하고 있었다.

 

진정 스스로 생()을 이룩하는 존재자만 허락되는, 비상(飛翔)을 꿈꾸는 자에게 산들거리는 줄기의 상냥한 탄성은 축복이어라. 손 내밀면 금방이라도 잡힐 듯 청정기운이 신선한 무드로 육과 영을 이끄는 저 숙명의 강줄기에 둥지를 튼 새여!

 


용송(龍松), 200×280수묵채색, 2019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휘어지고 꺾이고 그러한 모습들의 소나무는 바로 한국인의 국목(國木)이다. 굵고 거칠고 강하고 휘어진, 용이 꿈틀대는 것 같은 용송(龍松)’연작은 작가가 명명한 것이다. 실경(實景)적인 소나무의 상징성만 부여하고 구부러지고 꺾인 소나무가 가진 형태위주의 외적느낌에 무게를 두고 있다.

 

때문에 형상은 소나무지만 기법은 추상적이다. 2012년 발표했을 당시 소나무묘사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은산(Eunsan) 강금복(KANG KUM BOK)작가는 기존의 질서에서 참신한 모습을 표현해내고 싶었다. 가장 동양적인, 정적이면서 한국적인 그러면서 강한기운의 충절과 기개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한 아우라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희망과 꿈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권동철/인사이트코리아 201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