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PARK CHUL] 서양화가 박철,성남아트센터큐브미술관,박철 화백,朴哲,멍석,맷방석,한지작가협회,한지부조회화,한지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8. 3. 16. 19:36


Ensemble18-12, 150×300, Korean mulbrry paper Natural dyes, 2018




전통의 재창조 한국성의 현대화

 

그 짚의 노란빛과 왕골속의 흰빛과 싸리껍질의 거무튀튀한 갈색을 잘 어우르게 짜면 기막힌 기물이 하나 되는데 어찌 소홀히 지나칠 수 있겠는가.옛날엔 농군치고 멍석이나 미거리, 멧방석 같은 것을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이런 자유로운 제작형식은 당연히 매우 자유분방한 형태의 다양성을 가져왔다. 한마디로 우리조상의 창의성이 아무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이 바로 짚 제품이라는 얘기다.”<짚 문화, ·사진 인병선, 대원사 >

 

화면은 윷이여!’하는 윷놀이 구성을 느끼게 하는데 작품의 베이스는 농경사회 농민들의 한 삶이 녹아있는 멍석이다. 좀 먹은 부분은 살뜰하게 얽어서 쓰고 호수의 동심원물결처럼 확장성을 느끼게 하는 도래방석엔 노동의 땀과 가족의 단란했던 추억들이 스며있다. 우리선조들은 가는 새끼로 날을 세워 볏 집으로 엮어 만든 숭엄한 무심(無心)의 반복성을 통해 장엄한 대지의 생명성을 조형해 낸 것이다.

 

앙상블(Ensemble)’시리즈는 멍석위에 먼저 고서를 여려 겹 붙인다. 황백, 오배자, 빈랑, 도토리 등에서 추출, 천연염색 한지를 그 위에 예닐곱 겹겹 얹어 압착되게 솔로 계속 두드리면서 풀뿌리천연접착제 황촉규를 뿌린다. 그렇게 반복하여 어느 정도 두께가 되면 완전히 말린 후 뜯어낸다. 고서와 한지가 압착된 것을 놓고 디테일 작업을 하는데 작품을 만져보면 돌처럼 견고하다. 또 둥근 작품은 곡물을 받는 데 쓰던 맷방석이다.

 

동일한 작업으로 제작했는데 홍화를 사용했으나 채도를 높이기 위해 아크릴 칼라도 썼다. 박철 화백은 고서재료와 관련 이렇게 강조했다. “나는 못 쓰는 고서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재창조한다. 작품 속에서 영구히 보존한다는 의미가 있지 파기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8-1, 166×166, Mixed media with Korean paper, 2018




새로운 미감 자기 것을 표출하라

1978년 서울화랑에서 첫 개인전 가졌고 88년 인사동 백송화랑이 기획한 올림픽기념 한지작가기획전에서 처음 한지창호작업을 선보였다. 이 전시는 한지작가협회 창립모태가 되었다. 화백은 2대회장을 역임했는데 한지의 현대미술화()장르를 개척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해온 인물로써 한지작가 박철작품세계를 통해 한지부조회화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오고 있다.

 

한편 이번 ‘2018동시대미감전_박철:그리지 않은 그림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성남아트센터큐브미술관에서 316일부터 513일까지 열린다. 2012~2018년 동안의 작업들 중 멍석과 한민족의 고격음식문화 상징성을 보여주는 길상(吉祥)의 떡을 찍는 떡살이 병합된 50여점을 엄선하였다. 또 전시장엔 멍석도 깔아놓고 여러 문양의 떡살, 와당(瓦當), 작은 바이올린, 각종 솔, 작업파편 등을 함께 선보인다.

 

그동안 많은 전시를 했음에도 작업과정에서 활용되는 실물들을 가져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로써 노하우를 오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작업과정의 도구들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적 이해도와 현장성을 끌어올린다는 의미에 무게를 뒀다.”

 


    박철 화백



박철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현재 동()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화업 40년 화백에게 후학들에게 들려줄 고견을 청했다. “화가의 길이란 굉장히 고독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좋은 시대가 도래 했다고 생각한다. 젊은 작가들은 절대 누구의 것을 흉내 내지 말고 자기 것을 일관적으로 밀고 나가라. 그리고 현대의 어떤 새로운 미감, 더 나아가 미래의 그것까지도 연구하면서 그 속에서 자기 것을 표출하라!”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83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