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RIM SEONG SUK]서양화가 임성숙, 휘게(Hygge), 희수갤러리, 임성숙 작가, 林成叔, 시라토리 하루히코(白取春彦)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8. 3. 6. 18:35


청혼-황홀한 고백, 162.2×112.1Acrylic on canvas, 2013




프러포즈의 로망 가족추억꾸미기

  

 

자신은 상대와 여든이 되어도, 아흔이 되어도 여전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오랜 결혼생활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순간적인 것이며 어느 사이엔가 세월 뒤로 흘러간다. 그러나 둘이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일은 결혼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노년이 될수록 대화시간은 길어진다.”<超譯 니체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 시라토리 하루히코(白取春彦) 엮음, 박재현 옮김, 삼호미디어 >


 

저녁노을이 강물을 연분홍으로 채색한다. 상큼한 공기가 숲속을 휘감고 사랑의 기타멜로디에 나비와 풀잎과 나무들의 합창이 잔잔히 퍼진다. 고결하게 응시하는 서로의 눈빛은 꽃향기처럼 그윽하고 저 돛단배위에 다정히 오르면 낙원의 여신이 미소 지으며 손짓하려나.

 

동행의 길을 시작하는 꿈결 같은 풍경의 화면은 누구나 마음속 간직할 만한 프러포즈에 대한 로망이다. 비록 비현실일지라도 이런 추억이 있다면 인생의 난관 앞에서도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의 결혼생활엔 트러블이 있게 마련이지만 하나가 되어가는 길이다. 나 역시 그런 믿음으로 살아가고 그림 안에서도 그렇게 표현하려했다.”

 

또 노르웨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에선 맑지 않은 날씨의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집안에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 또는 혼자의 안온한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함께 여행하기도 하는데 그 힐링 언어가 휘게(Hygge)라이프다.

 

작품 순백의 웨딩은 이를 떠올리게 한다. 빨강, 초록, 주황색의 알록달록한 앙증맞은 지붕들과 거리의 웨딩 카(wedding car) 신혼부부가 아이와 어르신, 이웃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창가엔 꽃들이 만발하고 저만치 에메랄드빛 바다 물결이 눈부시다. 커피한잔과 추억을 기록할 노트와 펜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창가는 그 자체로 설렘과 여유를 건넨다.


 


   순백의 웨딩, 116.7×80.3, 2018




착한사람들의 행복한동네는 저마다 집과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 임 작가는 그런 풍경을 가족으로 풀어냈다. 좋았네, 나빴네 하면서도 함께 추억을 만들고 서로 소중하게 여기기며 살아간다는 의미가 스며있다.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내가 그 안에 있는 느낌으로 작업한다. 예쁜 집들이 많은 동네를 지나가면 힐링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집안을 꾸미는 사람은 집 밖도 잘 꾸미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것을 좋아하는데 가족을 그릴 때도 추억을 담아내려하기 때문에 그때의 시간을 느끼고 회상에 잠기기도 한다.”

 



                        임성숙 작가




임성숙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010년 루벤갤러리에서 수채화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시간의 여행자’, ‘삶의 색깔’, ‘꿈꾸는 여인등의 연작을 발표해왔다. 이번 여덟 번째 소소한 일상 소소한 행복초대개인전은 지난 214일 오픈하여 오는 3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희수갤러리 2~3층에 걸쳐 2011~2017년까지 주요작품 25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전시장에서 장시간 인터뷰한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해 물어보았다. “밝은 그림을 그리니까 너 정말 행복 하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재미나게 살고 그렇게 그리려 한다. 색깔을 많이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의 그림에서 삶의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주제는 어떨지 모르지만 행복감에 젖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83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