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KIM HYEONG GU]서양화가 김형구,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金亨球,무사시노미술대학교,武藏野美術大學,김형구 작가,김형구 화백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8. 2. 8. 18:03


달과 노인정(老人亭), 46×61캔버스에 유채, 1989



경건한 고요 지속되는 삶과 자연

 

 

나의 염원이라면, 고향바다가 보이는 먼 곳에 조그마한 개인미술관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보다 개성적인 화풍의 조성과 작품을 통한 미의 파종으로 조금이라도 사회에 이바지 하였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문학예술, 1991.10, 작가의 말>

 


한국 근현대사의 격랑 한가운데에 있었던 그리고 고요하고도 영속적인 서정의 정조를 화폭에 담아 온 20세기 한국화단의 굳건한 발자취를 남긴 김형구(金亨球, 1922-2015)화백. 그의 작품세계와 삶을 조명하는 김형구 작품 & 아카이브-서정(抒靜)의 풍경()이 주목받고 있다.

 

유가족으로부터 기증 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 지난해 1212일 오픈하여 414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장을 방문했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유화를 비롯하여 90년대의 수채화, 8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풍경, 드로잉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김 선생과 나는 한 겨울의 추울 때만 빼고는 같이 사생여행을 가는데 충무, 보길도, 동해안 등지로 멀리 갈 때는 일 이주씩 한 곳에 숙박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같은 곳에 가더라도 그리는 소재가 다를 때가 많았다. 그것은 서로의 시가 다르기 때문이다.그림 그리는 시간 외에도 나는 아침, 저녁으로 낚시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김 선생은 그 시간에도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즐긴다.”<김창락, ‘나의 선배, 나의 벗’, 김형구 화집, 왜관 분도인쇄출판사, 1985> 



충무, 28×36종이에 수채, 1991



미의 혜택이 여러 사람에게

김형구(金亨球)작가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출생했다. 1936년 도일(度日), 니혼대학부속중학교2부를 졸업했다. 가와바타미술학교에서 1년간 수학했고 데이코쿠미술학교(, 무사시노미술대학교)서양화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했다.

 

대동아전쟁 말기에 학병으로 징집, 제대했다. 서울동성고 교사를 거쳐 세종대학교 교수(1976-85)로 재직하며 후학들을 양성했고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1996-2015)고문을 역임했다. 



일리 수로(水路)에서, 80.3×130.3캔버스에 유채, 1979



여러 아카이브 중 개인전 팸플릿에 수록된 전시서문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평가된다. 신세계미술관 때(1978, 이경성)서문이다. “그의 예술방법은 과격한 감정에 흐름을 억제한 온건한 시각으로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태도의 화가이다. 그는 독실한 카톨릭신자 답게 하나님의 피조물인 자연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그 아름다움에 찬미를 보내는 것이다.”

 

또 동산방화랑(1985. 김인환)작가 자신이 자술한 이 회화관 속에는 자연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그의 집요하고도 정감어린 탐구의 태도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미의 혜택이 여러 사람에게라는 말 가운데에는 기독교적 인류애의 확인이 그의 창작의 궁극적 목표임을 시사하는 요지의 내용이 담겼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모든 사랑을 작품 가운데 수렴하는 진지하고도 아름다운 생각을 가진 화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무사시노대학 교수 아라마사 다쿠가 찍은 김형구 화백(2001) <자료=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화가의 작품을 표지화로 수록한 잡지는 월간 신세계(1982.1월호, 신세계백화점, ‘소나무’), 신동아(1982.6,동아일보사, ‘충무 부근의 풍경’), 미술세계(1989.7, 월간미술세계, ‘달과 바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단체전팸플릿과 작품세계관련 비평이나 논문이 수록된 정기간행물, 편지 등의 육필문서, 교육자료 등이 있다.

 

한편 민족기록화전(1967.7.12-8.31,경복궁미술관)에 출품되었던 것으로 파악되는 엽서47종은 김 화백을 비롯하여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자료로 간주되고 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8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