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륭사금당벽화(法隆寺金堂壁畵) 보살반가상(菩薩半跏像) 부분현상모사(1935년 화재 전 모습), 196×116.2㎝ 종이, 백토, 석채, 방해말, 2010
전통기법재료의 맥을 잇는 정신
“오래된 벽화 제 스스로 상해가는 우리 얼굴 따라 그리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다 벽 앞에 서서 아득히 보네/잿빛 벽의 눈 번득이는 눈 흐린 눈 맞추다 아, 옛 얼굴 여태 그려지고 있음을 본다.”<김영산 詩, 벽화, 창비 刊>
현상모사(現狀模寫)는 현시점에서 보아지는 퇴색정도나 박락(剝落) 등의 그대로를 재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과거의 유물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손상되어왔는가 유추해 볼 수 있고 동시에 손으로 직접 그려냄으로써 작품에 내재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해 유실되거나 손상정도가 심한 경우 현상모사작품이 교육이나 전시의 측면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모사는 작품에 쓰인 재료와 기법을 해석하는 능력과 함께 재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작품마다 다른 기법이 있기 때문에 실제작품의 모사를 통해서 습득한 것은 전통보존과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나는 문화재보존 수복을 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모사를 하는데 있어서 그리는 이의 주관적 느낌을 배재하고 객관적으로 재현해 내는 균형을 유지하며 정확하게 작품을 읽어나가는 해석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
◇문화재, 우리 것 지켜나가는 원동력
작가는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가 2015년 3월에 이르기까지 동경예술대학 대학원 문화재보존학 보존수복(회화)을 전공하여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7월12일부터 17일까지 귀국전을 겸한 국내 첫 개인전을 인사동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가졌고 특히 전시장 지하1층에 마련된 일본 나라현(奈良縣)에 있는 호류지(법륭사)의 금당벽화보살반가상 현상모사작품은 관람객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은 송 작가가 2009년부터 약1년6개월 동안 매달려 그렸다. “벽화는 밑 작업이 끝나면 세워놓고 진행한다. 건물과 일체화되어 있는 구조적 특성인 입면(立面)을 염두에 둔 것인데 채색 과정에서 물감이 흐를 수 있다. 그런데 실재 벽화에서는 그런 흔적이 안보였다. 옛 선인들의 작업 기술방식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당시 제작환경의 어려움이 컸을 텐데 손으로 세세하게 그린 선인들의 정성과 감동이 전해져왔다.
뿐만 아니라 주재료인 석채는 한정된 광물로 색을 구현해 내기 때문에 다양한 색을 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료 입자크기에 따라서 빛의 투과율이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해 다채로운 색을 발현하고 운용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와 함께 “작품이 대작이다 보니 가까이서 그림을 그리다가 멀리서 보면 밸런스가 안 맞거나 묘사가 더해져 있는 경우들이 발생해 뒤로 물러나서 전체를 확인하고 다시 그리고를 수없이 반복했다”라고 전했다.
송지은(宋知恩)작가
한편 송지은 작가는 동경소재 세이잔(SEIZAN), 요(Yoh)갤러리 등에서 초대개인전을 가졌고 문화재 수리수복분야 뿐만 아니라 모사작업에서 배운 전통기법이나 재료를 응용해서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조선시대초상화표현기법’ 및 ‘벽화기법’을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화가의 길에 대해 물어 보았다. “예전엔 관람자가 감동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화재 공부를 하면서 거꾸로 작품을 보고 감동하고 배우게 됐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원동력이다. 그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몫이니만큼 책임의식이 크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년 7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