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SCULPTOR KIM IL YONG]조각가 김일용(ARTIST KIM IL YONG,金一龍,아티스트 김일용,김일용 작가,샤르트르,L.H.O.O.Q.라이프캐스팅,대안공간루프)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7. 19. 00:11


                       김일용 작가


달뜬 숨 망각의 에로틱변증법

 

 

내가 나의 모든 가능을 향해 나의 우연성을 뛰어넘는 한에서, 그리고 나의 우연성이 하나의 돌이킬 수 없는 것을 향해 남몰래 나로부터 도피하는 한에서, 나는 나의 우연성을 존재한다.’ 나의 몸은 단순히 내가 그것으로 있는 관점으로서 다만 거기에 존재 할 뿐만 아니라, 또한 내가 결코 취할 수 없는 관점들이 현재 그것에 대해 향해지는 하나의 관점으로서 거기에 존재한다. 나의 몸은 여러 곳에서 내게서 탈출한다.”<존재와 무, 장 폴 샤르트르(Jean Paul Sartre), 정소성 옮김, 동서문화사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렸고 그림 밑에 ‘L.H.O.O.Q.’라는 알쏭달쏭한 단어를 넣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프랑스어 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라는 문장으로 해석되어 논쟁과 함께 모든 새로운 경향을 함의하는 반예술(Anti-Art)로 이끌었다. 이번전시키워드이기도 한데 김 작가는 어느 날 좀 무료해서 작품에 나뭇잎을 올려보았다가 글씨를 써보자 하는 생각에 엉덩이에 직접 썼다고 했다.

 

그리고 여인을 무릎에 앉힌 교합포즈 작품은 아마도 사진적인 이미지였다면 외설얘기가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석고와 합성수지재료가 틀이 어긋나 있고 조금 거친 텍스처 때문에 섹슈얼리티 한 것이 희석되고 사랑을 나누는 분위기가 부각되는 것으로 비춰진다.

 

미술의 출발이 인체다. 그것이 인문학이다. 작가입장에서는 인체 하나만 갖고도 어마어마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욕망은 대부분 산문이다. 시간과 신체는 말이 많고 사건과 사물은 시간에 의해 말을 담는다. 신체는 진동으로 일어나고 경계는 성()일 뿐인데, ‘의 뜻을 스승으로 삼는다.”




                  nudity(벌거벗음), 56×90×125합성수지, 2002



  

너울 벗어야 진실 껴안을 수 있어

작가는 1990년 윤갤러리에서 철로 두들긴 단조작업 불 바람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고 1995년 덕원갤러리에서 발표한 산실시리즈는 흙과 캐스팅 작업을 섞어서 발표하게 된다. 1999년 공아트스페이스 존재 없는 존재연작에서 본격적으로 살아있는 모델인체를 본뜨는 라이프 캐스팅(Lifecasting)작업을 하게 된다.

 

사람 몸에 석고를 개서 바르게 되면 스캐너처럼 조직을 그대로 읽어낸다. 그 틀에 현대문명의 혁신으로 불리는 합성수지에 무엇을 어떤 분말을 섞느냐에 따라 여러 느낌이 나오는데 끊임없이 주제의 탐구와 변화를 모색해 오며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번전시는 8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는데 여섯 점을 뺀 나머지 작품은 15년 전에 작업한 미발표작품이다.

 

왜 오랫동안 누드작품을 전시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때는 에로틱한 군상 작품들을 발표하기에 현대의 개념미술영향도 있었고 사회인식이나 개인적으로 용기가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작품저변에 흐르는 메시지는 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너울을 벗어야 그것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창고에 있던 것을 꺼내오면서 긴 세월이 작품을 품는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밀려왔다. 내가 만든 작품이지만 작품 자체가 만들어 내는 시간의 기운을 체감했다. 약간 색이 바래지고 농익은 그 자체가 성숙한 느낌과 효과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36×36×16석고, 2017



한편 김일용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이번 열여섯 번째 ‘nudity(벌거벗음)’개인전은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소재, ‘대안공간 루프에서 76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서 인터뷰한 그에게 조각가의 여정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사람을 사랑하는 게 조각가의 길이다. 인체조각은 단지 몸뿐만 아니라 타자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매우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작업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