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RIM HYO]한국화가 임효,林涍(초의(草衣),도침(搗砧),정읍시 고부면 출신화가,선화랑 선미술상,현대블룸비스타,임효작가,임효화백)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7. 10. 22:17


동반(同伴),72.7×60.6목탄 옻칠 자개, 2017




쌉싸래한 초승달 별무리 한마음!

  

 

靜坐處 茶半香草 妙用時 水流花開(정좌처 다반향초 묘용시 수류화개). 고요히 앉아 있는 곳에서는 차 반 쯤 우러났을 때의 배릿한 향기 피어나고 오묘하게 움직일 때는 물 흐르듯 꽃이 피듯”<초의(草衣), 한승원 지음, 김영사 >

 

 

어릴 적 강둑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던 때였다. 해는 지고 어둑어둑 땅거미 찾아들면 서쪽하늘 초승달이 금방 떴다 이내 어디론지 사라지곤 했다. 어두운 밤하늘엔 자개의 반짝임처럼 무수히 많은 잔별들이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의 끌림을 비추듯 깔려있었다. 불현 듯 현제명(玄濟明, 19021960) 해는 져서 어두운데고향생각이, 새들도 둥지를 찾아가듯 가슴깊이 엄니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어디서 오는지 말하지 않는 바람이 애잔한 쌉싸름하게 심중을 파고들 때 밤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나는 그것이 본디 본질적 마음이 아니었을까!

    



공심(共心), 274×172수제한지 옻칠, 2017




좋은 영감 전달하는 메신저

닥종이 원료를 직접 떠서 판위에 수십 겹 쌓아올린다. 물기가 어느 정도 제거되어 적당할 때 그 겹은 응축되고 자국을 다듬는 도침(搗砧)을 하면서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맞는다. 이때 작품의 성형()이 만들어 지고 건조되는데 초벌옻칠을 한다. 한지는 두드린 자국이 습기를 머금고 물이 들어가면 성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 옻 물을 들이거나 먹이는데 오랜 보전과 습기로부터 스스로 지키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생칠을 하지만 나중에는 황칠도하고 본칠, 색칠하는데 여러 번의 옻칠을 하고난 뒤에야 원하는 빛깔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그 위에 작업을 한다. “서로 이해하는 한마음을 내지 않으면 동반할 수 없듯 그런 모습이 화면의 색채를 만들어 낸다. 같은 세계를 지향하고 우리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바로, 큰 세계다. 그리고 한 점 한 점 수십만 개의 터치를 하나로 묶어내는 그것이 공심(共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개체의 도침자국들이 하나 되는 과정인데 점 하나에서 시작하여 에너지의 풀 파동이 이루어지는 한 세계 그것이 함께하는 한마음이기도 하다. 무형의 보이지 않는 기운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어 마음의 빛으로 비춰질 때 환한 큰마음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공심작품은 3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수행반복으로 녹여내 완성했다.”




                        임효 작가

    


 

임 화백은 1983년도 동덕미술관에서 실경산수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1986년도 홍도여행에서 넘실거리는 파도에서 얻은 감흥을 조형언어로 풀어 낸 벽의 이미지작업, 1990년도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신화적 모티브 신명기연작을 발표한다. 이후 1995년도 동산방화랑에서 도부조판화전, 갤러리 상에서 한지부조화를 선보이면서 수제한지작업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특히 매번 개인전 마다 새로운 작품세계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이번 스물세 번째 초대개인전은 함께하는() 마음을 느끼는()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다()’라는 명제로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소재, 현대 블룸비스타에서 71일부터 930일까지 35여점을 선보인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 출신의 임효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교육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7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과 제13회 선화랑 선미술상을 수상했다. 전시오픈을 앞두고 밤늦은 시간까지 인터뷰에 응해 준 35년 화업의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심경을 들어보았다. “화가는 스스로 고독의 우물을 파는 수행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자기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만들면 그것이 문화가 되고 후손들이 그것을 보고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세들에게 좋은 영감(靈感)을 전달하는 메신저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