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97㎝, 2014
응시와 균형 자의식의 존재감
“나는 믿음을 선호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우치고 아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앎은 믿음이 아니라 의심에서 출발한다. 무엇인가 믿는 순간 그대는 이미 탐구를 중단한 것이다. 믿음은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키는 가장 해로운 것 중 하나이다.”<이해의 서-내면에서 찾는 자유의 날개, 오쇼(OSHO)지음, 손민규 옮김, 판미동 刊>
우아함과 야성이라는 극단적인 공존의 상념에 젖은 말(馬), 무결한 세계-꽃, 한량이 없는 천공(天空), 아날로그 책 그리고 빛과 그림자…. 화면은 또 다른 빛깔을 입히고 꽃이 피고 해가 지고 달을 띄워 쉬이 지나쳤던 존재를 두드러지게 하는 시간이 마음의 언어처럼 스미어 흐른다. 그것이 시간의 힘, 순결함 일진데 불현 듯 자기인식의 극명한 존재감을 수록한 서책이 ‘나는 과연 실존적 존재(Existential Being)인가?’를 되묻는다.
“대상과 대상을 보는 관계를 전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로 균형을 유지했을 때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 대상에 집중하면 그것만 보이고 주체에만 머물면 대상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사물의 실체를 보기 위한 응시 이른바 주시(注視)를 위해 명상에 잠긴다.”
사유적 공간, 130.3×72.7㎝ Oil on Canvas, 2014
◇자기중심을 잘 잡는 것의 어려움
작가는 1977년 동경 그로리치화랑 전시를 비롯한 70년대 말 암담한 현실을 상징한 ‘벽’시리즈와 1980년대 현대인과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일상’연작을 발표한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리얼리즘이나 극명한 사실주의 하이퍼리얼리즘을 관통해 온 젊은 날엔 힘들었다.
당시는 그것이 아니면 후진적인 듯 한, 그러한 경향이 ‘현대화’처럼 되어있는 분위기였다. 미술이 지나치게 관념화되는 것보다 명상과 현실을 직시하는 깊은 것을 좋아했는데 그런 사조흐름의 이유만은 아니었지만 삶 자제가 너무 우울해 땅만 보고 다녔었다.
그때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The Outsider)’를 탐독하고 돈이 생기면 청계천에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빽판’을 사와 들었다. 그 시절 나는 본능적인 아웃사이더라는 생각했었다. 그러다 존재에 대한 확인으로 생각이 흘렀다. ‘내 안으로 들어가야지’해서 점점 칼라도 달라지고 의식도 변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는 1987년 서울미술관 전시이후 기차, 의자, 시계 등 인공물과 말, 꽃, 들판, 하늘 등 자연물의 여러 오브제를 결합하여 초현실적화면을 구성한 ‘서정적 풍경’시리즈로 넘어오게 된다. 그리고 1991년 ‘제8회 선미술상’수상 기념전시와 2000년대 ‘사유적 공간’으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석주 화백
이석주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성곡미술관, 노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14회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스미스칼리지뮤지엄, 서울시립미술관, 일본 후쿠오카시립미술관에는 2000호 대작이 소장되어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나의 대표작’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인근, 아트비트갤러리 개관전으로 6월14일부터 7월11일까지 열리고 있다. 화업 40여년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어릴 때는 요리사와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다. 연극연출가이신 아버님이 그림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작가로서는 그림을 열심히 했는데 남을 위한, 잘 보이기 위해서 한 것 같을 때 그 갈등이 심했다. 남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기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년 7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