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40㎝
새 꿈에 비치는 산뜻한 기운의 춤
“일하십시오, 하루 일을 이 두 손으로! 완성한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입니다. 아,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아닙니다, 그것은 헛된 꿈이 아닙니다. 지금은 줄기이지만, 언젠가 나무가 되어 열매와 그늘을 줄 것입니다.”<괴테 ‘희망’, 최연숙 편저, 독일시선집, 신아사>
힘차게 뻗어 나가는 가지와 형형색색 꽃들이 조화로이 피어나며 자연의 숭고한 질서를 드러내는 화면이다. 꿈을 꾸듯 몽환적 추상성의 여백공간이 마음의 휴식으로 인도하고 발돋움하는 첫사랑의 거부할 수 없는 끌림, 고요를 흔드는 촛불의 불꽃처럼 느낌의 줄기가 자꾸만 나부낀다.
이작 펄만과 핀커스 주커만(Itzhak Perlman & Pinchas Zukerman)이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선율이 은밀하게 터지는 꽃봉오리 속에 번지는데….
두 악기의 파열(破裂)이 콱콱 가슴에 꽂히는 이 야릇한 카타르시스는 또 무엇인가. 그 전율의 리듬을 타고 매혹의 하늘거림, 화무십일홍의 덧없음이 파고드는 햇살 쏟아지는 창가에 서서 산다는 것에 잠긴다.
안 작가는 채색화와 수묵화가 갖고 있는 고유성을 결합시켰다. 색을 여러 번 중첩해 빛과 다채로운 풍성한 꽃들의 정겨운 하모니로 시간의 깊이가 감도는 정경을 부여하고 한 가지에 여러 꽃들을 그려낸 기법의 왜곡은 그러나 새로운 미감의 향기로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일필휘지의 대담한 필치를 기운생동으로 연결시킨 독창성으로 생과 사의 광활한 우주의 순환이라는 총체성을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 두툼하게 뻗어나간 꺼뭇꺼뭇한 가지의 곡선은 튼실한 생명력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동시에 매순간 피어오르는 꽃들의 왕성한 생장을 내보인다. “누구나의 마음에 온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품을 통해 혹 놓치거나 망각하고 있는 보석 같은 자아의 아름다움과 정신계가 일깨워졌으면 한다.”
꽃의 시간(The Time of Flowers), 141.8×257.3㎝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16
◇사색의 산물 치유의 힘
작가는 1993년도 공평아트갤러리에서 ‘마음 결’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95년 예진화랑 전시서 솔드아웃(Sold Out)하여 당시 촉망받는 작가로 화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듬해 세종화랑초대전부터 ‘꽃’이 메인테마로 등장하고 2011년 갤러리 에뽀끄에서 ‘꽃과 문명’을 통해 전구와 꽃의 합일을 조명함으로써 현대문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스페이스이노에서 ‘꽃의 시간’을 선보임으로써 오늘까지 화제(畵題)를 이룬다. 그리고 지난해 봄, 색채와 예술에 관련된 저서 ‘당신의 오늘은 무슨 색 입니까?’출간과 함께 가진 스타갤러리 전시에서 호평 받았다.
“항상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만이 아니라 마른 꽃잎과 낙엽 등에 시선이 가는 이치에 대한 사색의 산물이 ‘꽃의 시간’ 연작배경이다. 그림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번 작품들 역시 꽃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미적조형 보다 그것 너머 꽃뿐만이 아니라 햇살과 바람 그리고 심상의 통찰흐름을 화폭에 드러내려 애썼다”라고 전했다.
안진의 작가
한편 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색채전공 미술학 박사를 수여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00~150호 대작 10여점을 포함해서 총5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서른여덟 번째 개인전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구역삼세무소교차로 인근, 소피스갤러리 1~2관에서 2월11일부터 3월15일까지 열린다.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내 삶의 너무나 당연한 옷을 입은 느낌 같은 것이다. 화가인 것이 행복하다. 하여 나는 어디에서 만족하는가를 되묻곤 하는데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나의 그림이 누군가와 공감한다는 것에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계속 도전하게 되는 이유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년 2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