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서양화가 이두섭〕 외로움의 바닥을 차고 부유하는 희망(이두섭, 이두섭 작가, 이두섭 화백)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1. 31. 18:34

 

 

 

 

외로움은 인간 존재의 한 부분이다. 안고 가는 것이고 견디며 가는 것이다. 시인 정호승은 그래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했다. 화가에게서 한 가지 색과 하나의 선이 이뤄지기까지 방황 위에 고통이 겹쳐지고 그 위에 외로움이 포개지며 그렇게 시간의 영속(永續)과 싸우면서 얻어낸 화폭일 것이다. ‘노장의 합창’ ‘가을의 눈은 나를 보았는가’, ‘천천히 그것은’, ‘지난 겨울의 작은 온기등의 명제는 그가 얼마나 진실에의 성찰을 중시하는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기꺼이 외로움의 바닥을 차고 부유하는 희망이라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작가의 변()-달빛의 프롤로그   

어느 날 색을 다루는 일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색의 적확한 배열이란 어떤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었을 때 사라지게 되는 의미와 흡사했으며, 그것은 바로 고민과 연결되곤 했다. 어느 날 그러한 것에 답답해하다가 작업실의 작업대에서 창문을 열고 잠이 들게 되었는데 초가을의 한기가 나의 숙면을 방해했다.

 

문을 닫으려 눈을 떴을 때 꿈인 듯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너무나 파랗게 작업대의 한쪽을 쓰다듬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그 달빛을 보러 뒤뜰에 나가보았다. 뒤뜰에 있는 달맞이꽃이 활짝 피어있었고 그 순 노랑도 채색시켜버릴 듯 달빛은 뒤뜰을 내 의식에 있는 색들과 상관없이 환상의 들꽃 밭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 후로 색에서 다소 자유스러울 수 있었고 내 의지의 색으로 여러 꽃들을 재탄생시키게 되었다.

 

 

 

    

 

 

 

돌출과 함몰 사이의 오묘한 발색   

이두섭 작가의 화면에서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거친 마티에르 층이 갖고 있는 성질이다. 그 위에 희석된 안료를 칠하고 다시 물을 흘려 농담을 조절하기에 용이한 화면, 그것은 돌출과 함몰의 사이에서 흘러 다닐 물감들의 작은 입자를 생각하면 오묘한 발색으로 풍요로운 화면을 이루어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음악, 혹은 문학에서 즉흥연주, 즉흥시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의 집적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를 훌륭하게 도와주고 있다.

 

시인 송근배씨는 거듭하여 칠해질 물감들이 하나하나의 형태를 완성하며 또 다른 상상을 보여줄 때 그의 작업은 노자의 사상처럼 어제도 내일도 없는 현재의 충실한 그의 모습과 일치한다. 그의 여백은 달빛이라든가 공기의 미묘한 흐름, 혹은 빗소리 같은 다분히 추상적인 것들을 그만의 정서로 표현해내고 있다. 애매한 것과 정확한 것들의 간극에서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그의 작업세계는 바로 질긴 생명력과 연결된 들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이다라고 평했다.

 

 

 

   

 

 

 

동양적 정신, 유기적인 것에 대한 연구   

작가는 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작업실도 늘 물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그 물들의 결들과 흐름은 동양적 사유와 맞닿아 있음에 대한 통찰일 것이다. 물의 성질을 이용해 그것이 이루어 낸 아름다움을 선물 받거나 그것으로 상상되는 뜻밖의 표현은 아크릴이라는 재료를 통하여 근 20여 년 간 계속 연구되고 있다.

 

그의 형태는 매우 단순하다.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통제되고 절제된 즉, 그 사물들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은 동양적 정신의 가시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일필휘지로 요약되는 그의 붓질은 때론 강건하고 연약하며, 바람의 궤적을 좇는 듯 표현되며 그것의 수용을 드러냄으로써 가시화되어 유기적 소통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다.

    

 

 

 

 

내밀한 언어의 객관화   

작가는 작가노트에 회화를 조형언어, 혹은 색채언어로 정의할 때 색의 사용에 있어서 그 색에서 얼마나 자유스러울 수 있는가는 분열증처럼 혼돈스러울 때가 있다. 하나의 면을 채울 때 필요한 색의 선택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색에 의해 조종되어지고 있다는 자괴감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며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러한 방황으로 스며든다는 의미이고 그것에서 고통을 느낀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 고통을 즐길 수 있게 된 듯 싶다. 사물의 색이 왜 꼭 그 색이어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내 의지의 색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됨으로써라고 적고 있다.

      

김영재 미술평론가는 이두섭은 작가의 내밀한 언어가 어떻게 객관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숱한 시도가 하나의 화면에 중첩되고 있다. 뿌옇게 엷은 불감의 층이 깔리고 그 위에 다시 초점을 흐리고 또 다시 그 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창문을 통해 본 바깥 풍경처럼 보여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두섭은 누구

 

 

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6=흙에게 묻다(관훈미술관, 서울), 화두(도울갤러리, 서울), 뉴아트갤러리, KBS시청자갤러리(서울) 초대 개인전 등. 단체전=호안미로 국제 드로잉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늘의 작가전 기획, 오늘의 청년전(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서울현대미술제(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우즈베키스탄 국제미술전(우즈베키스탄) 등 국내 및 국제단체전 50여회. , 대한미술인연합회 고문, 신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남북미술교류위원.

 

 

20081024일 스포츠월드 김태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