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푸른 신록의 자연속에 꽃 피고 새가 날아든다. 맑고 청아한 계곡의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은 칠색조를 연상케 한다. 정녕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인간의 몫인가. 꽃과 파란 삼각산을 그리는 화가들이 찾아 나선 곳은 자연이요 인간이었다. 자연과 인간, 이 오묘한 동반자의 미학을 그리는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자.
그림 소재로서 꽃은 회색빛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잃어버린 자연을 환기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꽃은 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인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화가들에 의해 화폭에 담아지고 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한경자 작가는 꽃을 그린다. 그러나 꽃은 상당한 정도 왜곡되고 추상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대상에 대한 감각적 닮은꼴을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꽃의 본성이나 자연의 본성을 암시케 해준다. 그러니까 작가의 그림에서의 꽃은 궁극적으론 대상의 감각적 표면현상을 넘어선 꽃의 원형, 꽃의 본질, 그리고 자연성을 지향하는 계기인 것‘이라고 평했다.
한경자 작가는 붓으로 화면을 칠하고, 뾰족한 도구로 칠해진 화면을 긁어낸다. 두텁게 덧그린 색면의 표면에 미세 균열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물감을 흩뿌리고, 선을 긋고, 붓끝으로 화면을 튕겨내는 등의 일련의 비정형의 과정과 어우러져서 즉흥성과 즉물성, 그리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노트에 “나의 작품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채취한 보석 세공을 하듯 붓이 자유로이 움직이며 자연 속에서 색을 건져오고 있다. 화초의 어린잎을 바라보며 나는 물감을 섞던 붓을 물통에 담그고 화실 문을 열고 나간다. 자연의 색을 찾으러!”라고 고백하고 있다.
화가 한경자
동덕여대 미대 회화과 졸업. 개인전 14회. 2004 마니프 서울우수작가상 등 다수 수상. 아르바자르 개관기념 초대전 (Arbazaar 2007년), ARTDA SHOW! (갤러리 자인제노 2007년), 제6회신조형수용성 한국-필리핀 국제전(필리핀국립현대미술관 2003년) 등 단체전 다수. 현 한남대 미술교육과 겸임교수.
△스포츠월드 2008년 4월9일 김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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