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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삶〕 서양화가 안준섭|땅, 이것밖에 없는 남김!(화가 안준섭,안준섭,안준섭 작가, 옌 페이밍,Yan PeiMing,송은갤러리)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1. 6. 20:52

 

 

 

 

삶의 터에서부터 개발과 빌딩들이 즐비한 도시 풍경이 땅위에서 이뤄진다. 그런가하면 벚꽃이 눈처럼 쏟아지는 봄날의 거리, 저기 점점 가까워오는 연인의 모습에 한 걸음 달려갔던 그 길가의 재회도 고마운 땅 위의 추억이다. 오늘 딛고 있는 이 땅. 우리는 지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흐르듯 움직인다. 물의 흐름이 아닌, 땅의 흐름이 그러하다. 이것을 확장해 풀이하면 세상의 순리라 해도 마땅하다. 아버지와 아들,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흐름(flow)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식의 순환론적 우주관을 제시함으로써 생()의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주변부 거친 땅   

파헤치고 섞이고 덮혀진 땅, 그 밑. 안준섭 작가는 과거의 기억과 상처, 상실 위에 덮혀진 상황을 캔버스의 주변부 거친 땅을 통해 제시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경원대 미술대 박대정 강사는 캔버스로 옮겨진 안준섭의 땅은 나를 그의 땅 앞에 서게 하여, 나를 전혀 다른 나, 다시 말해 나 자신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도록 이끈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의 말처럼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놀라운 연금술의 장이다.”라고 썼다.

 

적어도 작가는 땅을 신뢰한다. 단절 없는 땅을. 거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온축(蘊蓄)해온 작가의 고뇌가 캔버스에 배어있음을 그래서 감지하게 된다.

 

 

 

   

 

 

 

돌멩이, 푸르스름한 이끼, 풀 한포기…   

드문드문 혹은 어떤 희미한 흔적 같은 여기 저기 돌멩이. 비가 오면 조그마한 웅덩이가 되었다가 곧 바닥을 드러내는 표면. 푸르스름한 이끼, 마른 풀. 그러나 이 사물들은 저마다 나름의 빛깔을 품고 있다.

 

작가는 땅은 평범하다. 그 평범함에 이르는 시간과 길은 뜻밖에도 오래 걸렸다. 땅은 늘 나를 근원에 대한 물음으로 이끌고 나는 거친 땅에서 나와 내 주변의 삶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누구든 무엇이든 품는 땅의 포용력. 땅의 속삭임. 그리고 이를테면 이것밖에 없는 남김!

 

무채색의 색조, 두텁고 거친 붓질   

그의 작품은 자연의 생성처럼 꾸밈이 없다. 대상에 대한 사실적 재현에 중점을 둔 그의 작품은 스톤모델링이라는 보조 재료로 먼저 땅의 거친 표면을 낸 후 그 위에 유화물감으로 구체적인 형상을 그린다.

 

물감의 집적(集積)이 주는 무채색들의 깊은 색조와 두텁고 거친 붓질로서 거친 땅을 표현한다. 중간색 계열의 색조는 땅의 끌어안음을 보여주듯 따뜻하고 평온하다.

 

아픈 기억, 치유의 희망   

작가의 은 정지되어 고착화된 땅이 아닌 순환하는 땅, 모든 기억을 감싸 안고 희망의 풀꽃을 피우는 포용의 땅이다.

 

산 길. 가파르고 좁은 길을 내려오다 뾰족한 돌멩이를 발견했다. 나는 길섶에 옮겨 놓았었다. 다시 봄이 돌아온 산책길에서 이끼를 두른 그 돌이 눈에 들어왔다. 내팽개쳐진 거친 돌 속에 핀 생명. 나의 그림을 통해 누구나의 기억에 대해 치유되길 희망한다.”라고 그는 작가 노트에 적고 있다.

 

저마다 지난 기억들이 아름다웠거나 아프거나 추하거나 우린 껴안고 가야한다. 이러한 점에 작가의 흐름-연작에서 회화는 휴머니티에 기여해야한다.’는 옌 페이밍(Yan PeiMing)의 말이 강렬하게 떠오른다.

 

아마도 캔버스의 거친 땅은 나와 오늘 우리사회의 아픈 자화상 때문은 아닐런지. 안준섭 작가는 30일까지 송은문화재단 지원으로 서울 대치동 송은갤러리에서 5번째 개인전을 연다. (02)527-6282.

 

 

                                     

 

 

 

안준섭은 누구

홍익대 회화과 및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 개인전 4=흐름 (갤러리 꽃, 서울), 매립지에 대한 小考(한 갤러리, 서울), 어떤 상황(갤러리 눈, 서울/한국미술관, 용인), 지하철-日常 속에서(인사갤러리, 서울) 단체전=회화의 차원 전(아트스페이스 율, 서울),10010년의 회유전(인사아트센터, 서울), Time machine(공평아트센터, 서울),해오름 전 (경인미술관, 서울),아틀란티스를 향하여 (관훈 미술관, 서울) .

 

 

 

 

출처=2009416일 스포츠월드 김태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