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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임혜영〕 물처럼 흐르는 은밀한 매혹의 영상 (화가 임혜영,임혜영 작가,임혜영,마음을 놓다)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10. 30. 18:54

 

 

 

 

미풍이 불어온다. 가벼운 걸음걸음에 옷자락이 나풀거린다. 장미, 베고니아, 카사블랑카, 아네모네. 정원은 싱그럽고 여인과 꽃잎과 속삭임들로 생기 넘치며 눈부신 햇살을 가르며 재잘거리는 새들의 앙상블이 감미롭다. 무어라 말을 건네올 듯 살포시 감은 눈은 어떤 동경을 꿈꾸고 있을까. 입가의 잔잔한 미소 살포시 눈을 뜨면 동그란 눈동자 보석처럼 빛날 것만 같은데.

 

 

 

캔버스엔 은밀한 매혹의 환상적 영상이 물처럼 흐른다. 자연의 찬란한 생명력을 심호흡으로 품고 행복을 만끽하는 표정은 마음을 단박에 열게 한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뜨락에 앉아 드보르작 첼로협주곡 b단조를 들으며 격정으로 달려온 아득한 사랑의 언어들을 회상하듯 갸름한 옆얼굴 긴 속눈썹엔 묘한 연민의 안타까움마저 묻어난다.

 

그리고 감미로운 선율처럼 다양한 컬러의 윤기 나는 머릿결은 더욱 풍요롭고 싱그러운 열정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를 감싸고, 표현하고, 누군가에 다가가는 언어로써의 옷을 그려나가는 임혜영 작가는 단순히 옷의 무늬 묘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옷에 마음을 투영함으로써 동감의 지평을 드넓게 열어놓았다. 이러함으로써 여인의 향기롭고도 달콤한 숨결의 아름다운 심미세계 품격을 고급스러운 화면으로 승화시켰다.

 

작가는 어느 날 옷장에서 옷을 꺼낼 때 그날, 그 사람이 문득 떠오르는 것처럼 패셔너블한 의상서부터 가벼운 티셔츠와 청바지차림에 이르기까지 옷이란 순간순간 혹은 어느 하루 단상(斷想)을 기록하는 동행자이다. 나는 옷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진 그러한 순수영혼의 이야기들을 은유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면은 유려한 곡선의 실루엣과 추상적 여백으로 공간을 열어놓았다.

 

 

 

   

 

 

 

꽃과 나뭇잎과 넝쿨 등 다양한 문양, 밤색 스카프를 두르며 풀었던 단추 하나, 부드럽게 안녕하며 스킨십 하던 어깨선, 정숙하게 두 손 모아 기도한 적념(寂念)의 시간. 여기에 어떤 몽환적 사색을 즐기는 듯 여인의 표정은 컬러풀한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감흥에 몰입해 있는 것이다.  

 

이러하듯 옷의 심미(審美)세계와 여성 내면의 관계를 풀어가는 풍경은 아름답고도 따뜻하고 화사하게 초현실적 분위기로 안내한다. 작가는 절제미와 독창적 상징성의 표현작업은 눈이 짓무를 정도의 섬세한 붓놀림을 요구한다. 그러나 작업에서 재발견해내는 나의 또 다른 자아와의 만남은 활력을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옷에 마음을 놓다연작은 나의 자화상처럼 핑크빛 입술과 볼그스름한 얼굴의 화면 속 그녀가 에메랄드 같이 푸르고 맑은 자유로운 영혼의 예찬을 속삭이며 다가와 설렘을 일깨우는 풍경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자애의 마음을 ''이라는 소재를 통해 고유한 작업방식으로 풀어가는 작가는 "나의 작품에서 발랄 상큼함과 클래식하며 우수(憂愁)어린 정감의 감성으로 생()의 따사로운 의미를 발견했으면 한다"고 했다. 서양화가 임혜영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으며 코엑스 몰(Coex Mall) 부스개인전을 시작으로 선화랑, 유나이티드 갤러리 등 개인전 18회와 쾰른(독일), 조선호텔 아트페어 등에서 부스개인전을 20회 연 화업 40년 중견화가이다.

 

 

 

 

=권병준 미술전문 기자 출처=월간 아주중국, 2012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