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남희(ARTIST, LEE NAM HEE)
커다란 통유리가 멋스러운 서울 인사동 커피숍에서 작가와 만났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고 봄기운 생동감이 수줍게 창가로 스며들었다. 작품도 작가의 분위기를 닮는가 보다. 서정적 멜로디가 영감을 불어넣는 화면처럼 오렌지색 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린 화가는 조용조용 진지했다.
서정의 향기, 45.5×38.0㎝ Mixed Media, 2010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YUHKI KURAMOTO) ‘ 로망스(Romance)’가 연서(戀書)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맨발로 강변을 천천히 걷듯, 선율은 물낯에 반짝였다. “여유로운 마음을 담아 캔버스에 옮기려고 했고 그늘 속에서 잠시 머물 듯 편한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고 작가는 기록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정물화(靜物畫). 그 숨결이 자그마한 손으로 나의 얼굴, 가슴을 어루만진다. 푸르른 초원언덕에 한 무리 새들이 날아들었다. 몸과 마음이 서로 배어 들 때 왜 눈물이 솟는지. 아마도 화가의 길은 그러한 내가 캔버스와 일체되는 일생의 여행이지 싶다”라고 말했다.
38.0×45.5㎝ Oil on Canvas
푸르스름한 이끼 뒤덮은 고성(古城)의 초원언덕에 곧 넉넉하고도 날카로운 침묵의 연륜(年輪)을 담은 소나타가 연주될 것이다.
한가로운 바람결사이 나풀거리며 날아가는 기억의 단편들, 유장한 선율에 묻은 이별의 비탄과 애틋한 그리움…. 숙명을 받아들인 깊은 강물처럼 색채는 흐른다.
91.0×65.2㎝ Mixed Media
화해 그리고 마음의 회복
파스텔 색조 화면엔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다감하게 말을 건네듯 다가온다. 겸손한 시선과 마주한 풍경의 파편들.
잔잔한 음률위에 낭송되는 한편의 서정시처럼 화면은 일상의 사소하고 순진한 순간의 감성을 확장시킨다. 동심(童心)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웃고 눈물 훔치는 심성의 자유!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부옇게 흔들리는 저녁안개 속 고독하게 서 있는 자아(自我). 비로써 바라본 스스로와의 화해(和解). 늦지 않았으리.”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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