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_정암사, 100x5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4
“이번 전시는 달마산(達摩山) 미황사(美黃寺) 절집과 그동안 여러 절을 다니면서 마음에 담은 풍경을 그린작품입니다. 작품주제가 절집풍경이어서 사찰에서 전시를 하게 됐고 또 미황사와 그곳을 찾아오신 분들을 위한 전시회로 구성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시공간에서 전시하는 방식과 달리 그림내용의 중심이 되는 현장을 찾은 분들과 함께 감흥을 교유(交遊)하는데 의미를 두고자합니다.”
오후의 가을햇살이 만발한 꽃처럼 천진하게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조요한 찻집에서 서양화가 이종구(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화백을 만났다. 지난 3일 시작한 전남 해남, 땅 끝 마을 아름다운 사찰인 ‘미황사-절집기행’전시로 현지에 머물다 서울로 잠깐 올라 온 참이었다.
무위사, 90x40cm, 2010
작품은 ‘미황사’를 비롯해 ‘무위사’, ‘적멸보궁-정암사’ 등 구상적 작품과 ‘잠자는 부처’ 등 우리의 역사성을 상징적으로 담은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미황사’는 화백이 동백꽃이 핀 올해 3월에 가서 스케치하여 작업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전시를 위해 어느 기간을 정해놓고 그린 것은 아니다.
잠자는 부처, 91x61cm, 2011
그래서 특별히 불화(佛畵)를 그리거나 절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정서적 근원과 미학적 형태 등에 방점(傍點)을 두고 있다. 그도 “이런 관점에서 절을 찾는 분들이 이번 절집전시에서 종교적 공감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속에 내재한 불교적 의식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루며 담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뜻 깊은 소통의 울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황사, 61x91cm, 2015
그림은 미황사 내 누각인 자하루, 수류화개 건물에 걸어둠으로써 절의 공간과 작품이 하나의 세계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동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종구(LEE JONG GU)화백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해풍과 때 묻지 않은 연 푸르른 바닷물에 반짝이는 이른 아침의 햇살 그리고 깊어가는 가을의 달빛이 시간의 흐름 속에 그림과 서로 만나면서 어울리는 그 정경 자체가 법열(法悅)의 뜨거운 충만감을 전해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길 소재, 미황사에서 10월3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061)533-3521
△글 출처=권동철,이코노믹리뷰 2015년 10월1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