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류, 53×45.5cm, oil on canvas, 1999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 아이들 키우면서 그림 작업 공백이 있었다. 필자는 다시 그림을 시작하려 마음을 먹고 있던 중에 1998년 당시, ‘달맞이꽃’ 작업에 천착(穿鑿)하셨던 원로화가 이규호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약 7년여 동안 사사(師事)를 받았다.
스승은 철저한 원칙론 자였다. 정물이나 풍경도 반드시 실물을 사실 그대로 그리도록 했다. 공모전이나 미술단체 가입 등을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시지 않으셨던 분이셔서 그런데 가입하지 말고 인생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순수하게 자신만의 그림그리기를 권유하셨다.
▲ 휴식, 65.2×53cm, 2000
이 때 필자는 사실 구상(具象)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스승은 구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기본이 충실히 되어야 다른 것도 자신이 생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래서 필자 역시 가르침대로 충실하게 열심히 따랐다. 이를테면 50호 그림 한 점을 그리고 입히고를 반복하다보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갔다.
▲ 나들이, 53×45.5cm, 2001
스승은 늘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위해서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하셨다. 지금까지도 그림그릴 때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적 영향도 그분께 많이 받았다. 그러한 지도에 부응하기 위해서 성실하게 7년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그 분이 가르치는 대로 그렸다. 사과 하나를 그릴 때에도 진짜 사과를 놓고 그렸다.
▲양은 냄비와 청량고추, 45.5×38cm, 1999
‘양은 냄비와 청량고추’ 작품은 나이프로 작업을 많이 했다. 스승은 나이프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그 영향이었다. 또 ‘나들이’는 오래 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계신 선생님 화실에 있던 물건들을 보면서 그린 것이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년 9월9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