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고요하다. 아득하고 심오하다. 짙은 하늘에 흰 구름 한 점 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다 여한 없이 사라진다.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 구름들이 모여들어 심산유곡을 이룬다. 큰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만물을 향해 퍼져나간다.
서해안 하늘이다. 포토그라퍼Photographer 최영진(CHOI YOUNG JIN) 작가가 “20여 년 전부터 서해안 일대 작업을 해오면서 힘들고 고독할 때 마음을 달래면서 틈틈이 해온 작업들” 흑백사진 15점으로 ‘玄’ 사진전을 열고 있다.
깊어서 밑바닥을 볼 수 없고 멀어서 경계를 지을 수 없는 세계에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그 마음을 현(玄)으로 풀어낸 것 같다.
작가는 “그윽하고 신비롭다. 크고 빛나다. 짙고 아찔하다. 가득 차 있으나 텅 비어있다. 생겨나면 곧 사라진다. 길이 없어도 길이 된다. 온갖 신묘함이 나오는 문(門). 혼돈의 세계….”라고 노트에 메모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진작가 최영진의 열세 번째 개인전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소재 ‘갤러리 아띠’에서 13일까지 열린다. (02)3445-6182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10월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