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판화에서의 공간해석은 대개 역원근법이었다. 이것은 화원과 대상과의 신분상의 관계에서 형성된 것인데, 화원은 중인이고 그렸던 인물은 보통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멀리 있는 신분이 높은 인물을 보다 자세히 그려서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공간을 많이 점유해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역원근법이 되었던 것이다. 근대에 들어 우리나라에 투시원근법이 도입될 때 19세기 말 원근법체계가 완성되어가는 시기의 그림은, 서구에서는 거꾸로 원근법에서 벗어나는 시기와 같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피카소가 원근법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한 과 우리나라에서 원근법을 거의 완성해 가던 1895년에 출판된 에 수록된 김준근의 목판화는 유사한 정도의 원근법체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도판08.1. 도판08.2.)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