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에드가 노 (사진, 이미화 기자)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Der Tod und das Mädchen)’는 얼음이 녹아 흘러가는 물방울처럼 생(生)의 비장함이 깔려 있습니다. 만년(晩年) 작품이라지요. 그러나 곡은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상큼한 리듬의 바람처럼 맑고 비올라의 미묘한 애잔함이 흐릅니다. 애수를 녹여낸 깨끗한 리듬감 그 절제미학이 애틋한 봄날입니다!
오랜 고통과 열망을 껴안은 성당의 빛바랜 회백색 벽으로 흐릿한 그림자가 유영한다. 아늑한 오후의 햇살에 잔잔히 흔들리는 마음의 잔영(殘影)…. 먼 여행지서 이제 막 돌아와 맨발로 켜는 고요한 경건의 선율이 아름다웠다.
댄디스타일의 비올리스트 에드가 노(33, Edgar noh, 노현석)의 첫인상은 정중했다.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연주테크닉 차이가 별로 없다”는 그는 “바이올린이 고음역대를 쓰기 때문에 조금 얇고 길게 뻗어나가는 소리라면 비올라는 말수가 적지만 따뜻한 미소와 약간의 농담을 지닌 중후하면서 귀에 아른거리는 음색“이라고 했다.
비올라와의 인연을 “단숨에 순수한 영혼을 빼앗긴 너무도 강렬한 체험”으로 표현했다. “누구나 인생에서 매번 성공 할 수는 없듯 입시를 실패했었다. 할머니가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지만 그야말로 자유가 주어진 힘든 1년의 어느 날이었다.
마포대교에서 교회를 향해 강변을 걸어가고 있는데 붉은 노을이 애잔함과 달콤함과 우울과 매혹의 빛깔로 나를 이끌었다. 도취(陶醉)됐다. 그리고 몰아(沒我)의 황홀감에 적셔질 때 어떤 강렬한 느낌이 지나갔다. 나는 그 풍경이 비올라 음색과 닮았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날이후 더욱 연습에 몰입하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 순간의 연속이다. 나는 노을과 놀고 있는 중이다.”
그는 “바다의 훈풍처럼 달콤하고 로맨틱한 연주로 삶에 지친 여린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연주철학처럼 지난해 앨범 ‘LA VIE EN ROSE’를 발표했다. 클로스오버 음반이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그다웠다. La Vie En Rose, Singing In The Rain, Over The Rainbow 등 보사노바, 샹송, 재즈, 팝 명곡들을 로맨틱하게 재해석한 곡들을 수록했다.
캐주얼한 면모로 간결하게 표현한 음반은 격의 없는 자리를 떠 올리게 한다. “첫 만남 의미를 ‘편안함’에 두고자했다. 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서 음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느꼈던 행복감을 공감하는 단 한명이면 족하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3월2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