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화된 진행에 따른 상징의 반복적 이미지는 워홀이 60년대에 블릴로 박스와 캠벨수프캔 등으로 주로 사용했던 개념이며 그 당시 뉴욕의 미니멀 미술과 개념미술이 산업화와 광고현장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이다. 이승오의 작품에서의 반복성은 대체로 사각의 모듈식 형태를 이루는데 율동적인 구독 법으로 영화, 만화인물, 추상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이런 반복성은 상징적 문법 내에서 작용하는 뒤바뀐 의미의 형식을 암시한다. 여기서 시사하는 것은 동서양의 미디어 사이에서 교류하는 방식이 모듈적 요소를 통한 재현에 작가의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승오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팝아트에서 다양한 표현주의 형식을 아우르는 서구문화에서 폭넓게 발견되는 친근한 부호(符號)들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의 이전 작품에서는 접근이 쉬운 한국 내 미디어 자료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종이 콜라주 작업으로 변환시킨바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양의 명화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방향으로 진입하는 과정이 되었다. 그 시기를 하나의 영어단어로 묘사하자면‘설득’일 것이다. 그가 작업을 위해 선택한 상징과 부호들이 기존의 규명된 의미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기능하기를 관객들에게 설득하기에 힘썼다.
이러한 성향은 프랑스 후기구조주의 철학과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회화나 기타 총체적 디자인 매체들을 도용하는 작가의 결정은 팝아트의 탄생과 같은 의미의 맥락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 이승오는 타 작가의 작품을 작업의 주제로 삼은 뒤, 종이파편의 사용을 통하여 다른 형식의 예술로 변환시킨다.
60년대에 상업문화로 묘사되었던 것은 이제 상업문화 자체가 되었다. 50여 년 전 뉴욕에서는 워홀과 리히텐스타인의 작품이 예술세계 밖으로 밀리기보다는 상업과의 대화의 장을 열었다고 이해했을 것이다. 이승오의 작품에서 워홀의 마릴린은 이전 상업영화 시대의 징후로 변환되는데 이는 워홀의 스크린 판화에서 사용된 것이다.
워홀과 유사하게 이승오는 미술과 문화 사이에서 교차하는 듯한 소용돌이를 창조한다. 두 영역을 분리하기보다 하나의 관계성을 보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승오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서 이러한 방향성의 선두에 서 있는 작가 중 하나이다.
◆로버트 모간 박사(Robert C. Morgan, Ph.D)는 로체스터공과대학교(R.I.T)의 미술사 명예교수이다. 화가, 큐레이터, 국제비평가, 강연자 등 전방위로 활동 중이며, 특히 한국 미술가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집필하고 있다.
이승오 작가
미술인 이승오(Lee Seung-oh) 작가는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학과 및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했으며 갤러리 K, 관훈갤러리, 토탈미술관 등의 개인전과 신소장품전(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2012년 9월25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