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명백한 경의와 더불어 21세기로 진입하는 시기의 한국 아티스트들은 새롭고 획기적인 방식을 발견하고 수용하며 그것과 소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한국의 모더니즘 작가들이 시도했던 고정된 표현법 및 예측가능한 형식의 묘사법을 탈피하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이는 서양미술이나 서양미학을 모방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부분적으로 사실이긴 하나-아니다. 대체적으로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은 기존의 전통을 전진시키고, 작업을 더욱 유의미하고 괄목할만한 접근을 통해 과거를 재해석하는 상상력을 개방하길 원한다.
작가 이승오(李承午)는 그들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의 작업은 시대적 징후로 이해된다. 신라시대 혹은 그 이전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한지 hanji 전통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승오는 이미 도래된 세계화 속에서 한국인으로 규정되는 자신의 민족적 특징을 희생시키지 않으며 종이작업의 개념에 대한 계몽된 미래를 부여한다.
그의 최근작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요소인, 미국 대중문화의 세속적 상징이나 잡지 광고, 한국의 전통산수, 불상, 무속론 등은 융합의 징후이며 그것들은 개방적임과 동시에 도발적이다. 이승오는 한국의 전통적 산수화 속에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스타인과 같은 팝아트를 배치한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질서 속에서 자신의 예민하게 조율된 상상력을 거쳐 재건된다. 최신 잡지나 그 외 폐종이를 단단한 뭉치로 겹겹이 쌓아 작품으로 탄생된다.
종이 '꼴라쥬'로 구축되는 작업과정에 있어서 이승오의 팔렛은, 이미지가 지닌 고유색을 염두에 두기보다 적, 녹, 청, 황, 흑, 백과 같은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선택을 통한 색채들을 사용하고 있고, 캔버스 표면을 그리기 보다는 종이뭉치의 구축을 통해 반 고흐의 풍경, 인물, 꽃, 그리고 남부 프랑스의 시골풍경 등을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유명작인 절규 The Scream를 재해석하는데, 뭉크나 반 고흐의 인물만을 차용할 뿐 아니라 한국의 농민들과 농촌풍경이 담긴 몇 십년 전 사진들도 함께 재해석되고 있다. 또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인물화 제작요청에 응하기도 한다. 이는 작가가 멘토로 여기는 70년대의 워홀의 이미지와는 다르지 않다. 앤디 워홀이 주로 사용했던 매스미디어의 반복적 이미지와 인물들에 대한 관심은 그의 최근작에서 주로 엿보인다.
▲글=로버트 모간 박사(Robert C. Morgan, Ph.D)는 로체스터공과대학교(R.I.T)의 미술사 명예교수이다. 화가, 큐레이터, 국제비평가, 강연자 등 전방위로 활동 중이며, 특히 한국 미술가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집필하고 있다.
화가 이승오
미술인 이승오(Lee Seung-oh) 작가는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학과 및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했으며 갤러리 K, 관훈갤러리, 토탈미술관 등의 개인전과 신소장품전(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2012년 9월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