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내 마음의 조율 환상적 밤의 무드-from 서양화가 송진영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4. 22:32

 

Realignment, 90.0×72.7mixed media, 2012

 

 

극적(劇的)서정성, 잔잔한 리듬의 따사로움

 

(). 테이블 위 꽃. 관용과 긍정의 우아한 퍼플(Purple)컬러 패도라 모자를 비스듬히 눌려 쓴 귀족의 여인. 안에 있는 꽃은 정물, 정원의 꽃은 자연. 안의 꽃은 나의 마음, 밖의 꽃은 눈에 보이는 꽃 일진데 화가 송진영은 멀리 있지만 서로 열정적 다짐의 희망을 소통하는 가교(假橋), 수취인 확인의 빨간 우표 한 장을 새겨 넣었다고 했다.

 

 

 

116.8×80.3

 

 

 

막막한 공기 속으로 손에 잡힐 듯 달콤한 선율이 흐릿하게 흘렀다. 한 남자와 두 여자. 은하수 강()다리를 잇는 비련의 재회처럼 별무리 아래 애틋한 춤이 깊은 밤을 이끌었다. 백옥 같은 뒤태 눈부셔 눈감으면 은밀히 조각나는 뜨거운 열망만이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천천히 모피를 벗자 눈부시게 드러나는 형형색색 꽃무늬의 상큼한 하이힐 슈어홀릭(Shoeaholic)이 신데렐라 꿈을 가득안고 사뿐 사뿐히 걸어오고 있었지. 

 

달빛아래 바다는 더욱 짙푸르고 접시위의 정숙한 과일들이 향내를 뿜어낼 때 발랄한 팝(pop) 복장의 여인이 롱스커트를 찰랑이며 과거를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몇 년 전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는 건 감동이 될 수 없죠. 차갑고 시큼한 레몬차 한잔의 오늘밤이 더 아름답군요.” 마치 겨우 다행히 탈출한 듯, 긴 생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며 정돈한 여인이 일생에서 가장 황홀했던 밤을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라며 좀 이상스럽게 휘어진 유리잔을 들고 천천히 다가오며 물어왔다.

 

동경과 불타는 열망이란 늘 끌림을 동반하죠.” 사내는 나직이 친절하게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때 눈이 부시게 역동하며 브루흐(Max Bruch)바이올린 협주곡 1G단조 작품 26’이 절정으로 흐를 때 여인이 휘익 가볍게 몸을 돌리자 묘한 곡선을 그리며 치맛자락 주름에 아름답고 창백한 영상(映像)이 스쳐지나갔다.

 

 “애수를 비틀어 본 적이 있나요. 아님 그런 소리를 들어보기라도물기 묻은 입가는 농염보다 차라리 우수(憂愁)에 젖어있었다.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는 과실위에 쓸쓸하고 수줍은 달빛은 서성이고 찬 공기에 속살을 드러낸 야생화 무리들은 외로움을 잊은 채 나비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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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미로엔 미지와 몽상의 세계가 반짝였다. 자 이제 안주(安住)하자. 아득하고 따사로운 위로가 자연이란 이름으로 그대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당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아침햇살이 호수의 잔물결위에 부서질 그때!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3년 1월3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