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도, 72.7×72.7㎝ acrylic, mixed media on canvas 2012
관조로부터 자연과 우주의 영원성
명상처럼 첫 눈(雪)이 빈 들녘 쌓였다. 열망을 껴안고 은회색 안개가 유유자적 낯선 만남위에 드리워진다. 산책자(散策者) 한가로운 걸음에 열리는 나목(裸木)행렬…. 윤경조 화백은 “시간과 공간이 더욱 넓어지고 존재감이 확대되는 그러한 순간의 경험”을 예지로 충만한 근원으로 여겼다.
안타깝게도 ‘폐차(廢車)’의 인식능력은 구르지 못한다. 기능을 상실한 멈춤. 무질서하게 부서져 포개진 고물더미서 시작된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를 뒤바꿔 놓을만한 오류가 시작됐던 것이다. 막연한 공포와 궁금증이 뒤섞인 표정의 행인과 이런 와중에 기묘한 본능적 몸짓의 기생이며 어미 치마폭 뒤로 숨은 아이….
유창한 설명의 선비는 지휘봉까지 들었지만 영문 ‘TAXI’에서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조선의 당당한 선비는 커브 길에서도 균형을 잡아주던 매끄럽게 닳은 바퀴의 흔적에서 연륜의 무늬를 이끌어 냈다. 참으로 놀라운 지성의 관찰력이었다. 다람쥐 쳇바퀴를 비유로 반역(反逆)을 모르는 시간의 장엄한 비감을 직관의 형이상학으로 풀이했다.
성가신 일기(日氣)와 허접한 취객의 외침과 구불구불한 흙길을 달리고 떠돌던 생채기투성인 굴절된 바퀴의 일생을 눈앞에 두고 ‘과거와 현재와 환상과 현실이 동일선상에 놓인 이 순간’으로 정의했다. 그럼으로써 광음(光陰)에서 재창조 낸 의식의 원천은 내면세계의 끊임없는 조화와 화해의 꿈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설파했다. 선비의 이 참신성은 곧 행인들에게 자아를 비추어보게 하는 거울 같은 것이었다.
65×65㎝
自尊, 숭고한 정신성의 갈망
푸른빛 드맑은 만월(滿月)에 비친 우수에 젖은 산양의 눈동자 처연하다. 풍상의 주름 굽은 허리의 울퉁불퉁 거대한 돌 바위가 억겁시간을 견뎌온 숭고한 정신성을 아로새긴 ‘인(忍)’을 또렷이 드러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고결한 믿음의 징표인가. 드넓은 우주 밖까지 동경하는 소박한 자존과 자유로운 의식의 갈망이란 또한 여행자의 덕목이 아니었던가.
65×65㎝
거칠 것 없이 펼쳐진 열린 공간으로 한줄기 바람이 지난다. 속속들이 또렷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위로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다가온다. 강물위에 떨어지는 마른 잎 하나. 반추(反芻)의 자화상 위로 아른거리는 오오, 참담한 심경을 닦아주던 저 산양의 자애로운 눈빛!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2년 11월13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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