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참된 시간의 공유, 중용 통한 행복-from 화가 김상수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7. 01:03

 

 

공존의 시간-인연 65.5×116.8oil on canvas 2010

 

 

 

동물 의인화로 지속적 인간관계의 강한 애정 제시 

 

핑크빛의 완만한 곡선이 감싸고 있는 둥근 공간과 연한 블루의 직선. 여기에 달마시안, 허시퍼피 등 애완견과 달팽이, 카멜레온, 거북이 등의 동물 그리고 꽃과 식물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놓치기 쉬운 또 하나. 이들의 균형을 잡아주는 둥근 원이 흐릿하지만 하단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화면은 직선과 곡선이 혼재하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필치로 다듬어져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정적인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공존의 시간-인연 60.6×72.7oil on canvas 2010

 

 

인연, 그 놀라운 교감

조건 없는 사랑과 너그러운 이해 그리고 온 몸을 던지는 희생. 개와 인간이 빚어내는 감동적인 교감의 열쇠는 언어가 아닌 마음이다감동을 주는 것은 사물이 주는 심상의 내재화라고 했던가. (言語)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눈으로 더듬어 가며 확인하고 마음으로 찾아내기를 권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함축적이고 절제된 섬세한 필치로 개별적인 사물들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냄으로써 흐트러짐 없는 완결한 형상성으로 일단의 보는 즐거움을 제공해준다나아가 캔버스 화면 공간 안에 도드라지게도 또 은밀하게 은닉시켜 믿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희망과 긍정이라는 강한 상징성을 펼쳐 놓고 있다.

 

 

자화상, 우수에 젖은 허시퍼피의 눈동자

깊은 밤, 외로운 달빛만이 눈이 부시게 쏟아지듯 배경은 차라리 하얗다. 도드라진 콧등 아래 까만 점 하나와 묘하게 포즈를 취한 네 다리는지하철 환풍기 앞에서 치마가 들춰지는 금발의 마릴린 먼로를 빼닮았다. 그리고 잔뜩 우수에 젖은 허시퍼피의 눈동자!

 

그러나 왠지 미심쩍은 것은 일탈을 꿈꾸는 듯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그녀의 앞 발 때문. 아마도 그녀 앞에는 애모하는 몇 마리들이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검은 색 위에 블랙 매니큐어를 칠한 그녀의 발가락 움직임에도 움찔 쏠리는 그들을 안 보는 척 옆 눈으로 보고 즐기고 있다한편 그녀가 이 앙큼하고도 청승스러운 연기를 하는 동안 뒤에서 마음 졸이며 조바심하던 마음 급한 꽃망울이 먼저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즈음, 초록의 달팽이는 짧은 촉수로 풀밭을 이리저리 감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허시퍼피를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달팽이가 바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가 공유하고픈 것은 바로 고독이다. 그리 길지 않은 생명주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넘쳤다. 그의 공허를 충만으로 채워 준 끈기로 감히 퀸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허시퍼피와 대화를 확신하게 한 것이다.

 

 

 

공존의 시간-인연 72.7×60.6oil on canvas 2010

 

 

지속과 공존 그리고 참된 시간

선하고 커다란 허시퍼피의 눈망울은 어쩌면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대인의 얼굴인지도 모른다김상철 미술평론가가인간과 삶에 대해 강한 애정과 집착을 지니고 있는 작가의 의식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화면의 아연한 긴장감은 바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사유의 일단으로 동물과 자연을 빌어 인간의 치열한 생태를 비유하고 있다.

 

김상수 작가도 내 의식의 흐름뿐만 아니라 타인의 흐름을 포함하는 공존을 중시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것이 가능한가. ‘나는 나로써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유대관계라고 제시했다.

 

그러니까 화면의 애완견과 달팽이와 거북이는 동일한 선상에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잡고 그들 각자의 삶을 보존하는 것이다그렇게 꿋꿋하게 살다보면 공간과 물질의 관계를 뛰어넘어 사색의 참된 시간을 공유하게 되는 중용(中庸)을 통한 행복을 작가는 권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