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尙山) 권의철(權義鐵, Kwon Eui Chul) 화백
魂의 흔적 그 형상화에 끌린 숙명
서울 인사동 조용한 카페에서 권 화백과 만났다. 긴 시간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그는 경북 상주(尙州) 출신의 화가다. “나이가 들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부피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의미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화백은 어릴 적 야산이나 주변 사적지를 오가면서 비석이나 비문을 흔히 접하며 자랐다. 그것에서 느껴지는 감성이나 감흥의 여운이 늘 가슴에 촉촉한 봄비처럼 젖어있다고 했다. 역사물이나 사적지는 오랜 세월의 풍상설한 속에서도 고정된 장소에서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혼(魂)이 내재되어 있음을 어릴 적부터 인지했기 때문 일 것이다.
History-1421, 53.0×53.0㎝ Mixed Media, 2014
“나는 소년시절에 이미 화가로서의 삶을 마음속으로 다졌었다. 점점 성장하면서 어느새 이러한 역사물에 깃들어있는 흔적들을 나만의 화법으로 형상화시켜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내 마음속에서 점점 자라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성 풍부했던 소년시절부터 이러한 소재를 대상으로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려나가는 반복과 작품구상에 대한 내적갈등을 수없이 일으키다 잠 설친 밤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History-1319, 42.0×42.0㎝ Mixed Media, 2013
◇천부적 재능과 고향역사물이 준 영감
그는 상주 낙동강가에 있는 낙동동부초등학교시절 미술실기대회에서 특선을 차지함으로써 이미 천부적인 재능으로 주목받았다. 성장하면서 상주 남산중학교 시절엔 특히 고향인근 태백산맥의 한 줄기인 남장산(南長山)에 자주 올랐다. 여름방학이면 그곳에서 스케치도 하곤 했는데 마을에서 산을 가는 길목엔 옛 성곽과 봉화대도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또한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의 안개 낀 풍경은 지금도 또렷한 기억속의 절경이라고 술회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는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림공부에 대한 뜨거운 집념의 결정을 하게 된다. 서울의 서라벌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당시엔 서라벌예대와 한울타리에 있었습니다. 예술고등학교가 아님에도 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었기 때문에 시골에서 그 명성을 듣고 도전한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러한 용기가 스스로 대단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History-1012, 53.0×53.0㎝ Mixed Media, 2010
고등학교 시절에도 방학이면 남장산에 들어가 그림 작업에 몰두했다. “절에 들어가면 조용하고 평온했어요. 특히 절과 그 인근엔 여러 석조여래상(石造如來像)과 석탑, 산성, 서원, 정자(亭子) 등 역사물들이 많았고 비석, 돌, 자연에 새겨진 세월의 이끼와 흔적들은 나에겐 완전한 영감의 원천이었어요. 단지 작품소재라는 표현을 넘어 숙명적 끌림 같은 것이었지요. 화가의 길을 가려는 청춘의 마음에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으로 권 화백은 1964년 약관18세에 수묵작품으로 상주에서 그의 생애 첫 개인전을 갖는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년 4월14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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