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Market, 130.3×162.2㎝ oil on canvas, 2010
두터운 유화의 생생한 색감과 달콤해 보이는 그래픽적인 느낌과 달리 파괴되어버린 자연. 아이콘이 없는(non-icon) 삭막한 세상에 뒹구는 인간의 욕망. 바로 작가가 포착한 메시지다.
생기 잃은 나무에 옷들이 걸려 있다. 두리번거리다 다시 바라본 순간 헉 하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잘린 팔이며 잠수 헬멧이 나무에 대롱대롱 걸려 있을 뿐. 소름 끼치는 끝없는 침묵만이 맴돈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아무것도 살아 있는 것이 없다는, 막막한 슬픔이 천천히 그러나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건 공포의 두려움과는 다른 더 본질적인 것이었다. 그 광경을 목도한 ‘나’는 본능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주변을 천천히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공생(Symbiosis)-Save the Peak, 162.2×130.3cm oil on canvas, 2011
사막이었다. 딱딱하게 굳은 모래가 돌이 되어버린 황량한 사막. 이곳이 한 때는 맑은 개울에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았을 평평한 지형이라는 것만을 짐작하게 할 뿐 그나마 남아 있는 물의 흔적은 고갈(枯渴)되어가고 있었다.
푸른 숲은 사라졌고 천년의 세월을 인고한 고목(古木)도 결국 형체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새는 돌아오지 않고, 봄만이 오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도 철새 소리 하나 없는데 봄은 여전히 찾아온다. 지금까지는 갖가지 새소리가 꽉 차 있었는데 새들의 모습이 없어졌다.”<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著, 침묵의 봄(Silent Spring)>
다리에 맥이 풀린 듯 절망감이 엄습했다. 뾰족한 봉우리의 낮은 산을 배경으로 얼굴은 볼 수 없으나 식사를 하고 있는 한 사람. 식탁의 사슴뿔이 메뉴를 짐작케 했다. 그는 배부른 듯 외뿔이 난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unicorn)을 윤기 나게 손질하고 있었다.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어느 행성 바다에 불시착하니 그곳은 원숭이들이 다스리는 곳. 지구가 아닌 미지의 별이라고 믿은 해변에서 자유의 여신상 머리 부분을 보고 지구였음을 깨닫고 오열하는 인상 깊었던 반전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이 떠올랐다.
달을 베다, 162.2×130.3cm oil on canvas, 2011
우리가 믿는 것들이 사라질 수도 있을까
인간이 욕망함으로써 파괴되고 사라지는 자연. 결국은 인간의 존재도 과거의 전설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화면. ‘나’는 과연 자연의 일부라 여기는가. 영화같이, 인간들의 세상 아이콘인 여신상처럼 우리가 믿는 것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을까. 분명한 것은 오늘날 환경의 세기(世紀)에도 여전히 자연을 이익을 낼 수 있는 무한자원으로 인식하고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 생명에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간과 환경의 공생을 바라는 노정(路程)에 이르기는 요원(遼遠)한 것인가. 이 대단히 위태로운 시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의 진정한 본질의 소리에 귀 기울여만 한다. “새가 일 년을 날아도 다 갈 수 없는 바다, 그것은 너무나도 광활하고 두렵도다.”<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1년 9월1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