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97×97㎝ Oil on canvas, 2012
대홍수 후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창세기의 바벨탑. 결핍을 메우려 환경을 소비하고 편의에 의해 인공물질을 만들었으나 거대한 재앙 앞 전혀 도움이 되지못한 매뉴얼의 현실. 여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조인간과 생명창조를 예고한 사이언스 픽션에서 인간의 욕망이 낳은 괴물의 출현을 감지하게 된다. "…아주 커다란 사람 같은 존재가 썰매에 앉아 개들을 몰고 있었어요. 저 멀리 울퉁불퉁한 설원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망원경으로 그 낯선 존재의 모습을 지켜보았지요.”<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을유문화사>
head, 90.9×72㎝ Oil on canvas, 2013
◇박제표본으로 전시된 몸
인간은 프로메테우스가 훔쳐다 준 불을 에너지로 깨닫는 순간 다른 동식물을 지배하며 21세기 디지털첨단문명까지 진화해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과학발명과 끝없는 지식욕구 이면에 환경파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양산한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작품배경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생명체가 사라진 사막이다. 부자연스러움에 침식당한 육체는 인간성을 상실 한 채 박제표본처럼 좌대에 전시된 신세로 전락했다.
식물이 자라는 몸은 이미 돌연변이체(mutant)로 변종됐고 서로 껴안은 두 여인 뒤 둥근 원은 유익하지 않은 새로운 탄생의 생명체처럼 떠 있다. 자연의 순리를 역행한 달갑지 않은 돌연변이의 후광인 것이다. 그리고 허공엔 신체에 영향을 주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선(線) 형태로 몸을 휘감아 다층적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형체는 사라지고 뿔만 남은 사슴위에 앉은 여인은 혹여 최후의 만찬을 한 것은 아닐까. 또한 잠수헬멧을 쓸 수밖에 없는 지구 최후1인은 아닐런지. 그녀가 남기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품 ‘head’는 ‘여기 한 때 모든 동식물들이 존재했었다’는 묘비명처럼 단지 인간이었었다는 것만 알아 볼뿐인 헬멧을 깃발에 꽂고 있다.
화면은 파멸한 지구를 담았다. 인간을 멸망으로 몰고 간 욕망의 주체임을 보여주는 ‘몸’은 영원하지 못함을 은유하고 기의(記意)란 스위스 기호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이론으로 말에 있어서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를 일컫는다. “대상은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기에 인간은 대상을 향해가고 또 간다. 죽음만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이다. 욕망은 기표이다. 그것은 완벽한 기의를 갖지 못하고 끝없이 의미를 지연시키는 텅 빈 연쇄고리이다. (중략) 그렇다면 대상은 실재처럼 보였지만 허구가 아닌가. 대상을 실재라고 믿고 다가서는 과정이 상상계요, 그 대상을 얻는 순간이 상징계요, 여전히 남아 그 다음 대상을 찾아나서는 게 실재계다.”<욕망이론, 자크 라캉 지음, 문예출판사>
mutant, 130.3×193㎝ Oil on canvas, 2013
◇색채와 은유의 유사성
작품들은 색채가 현실보다 과장되면서 비현실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회화다. 암시를 바탕으로 떠오르는 오브제(objet)나 배경 등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사성의 원리로 하나의 일관된 느낌과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애초에 이들은 실제로 내 곁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가상세계에 부유하던 이미지들을 채집한 후 이질적인 개채들을 합성하여 틀 안에 고착했다”고 밝혔다. 오브제들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복합체로 인조인간 로봇 안드로이드, 그리스 신화 속 괴물 키메라, 하이브리드 등과 일맥상통함으로써 앞으로 그의 드넓은 작품세계의 확장을 주목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글=권동철 문화전문위원, 2015년 4월1일 에너지경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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