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서양화가 이돈아(Donah Lee)|현재를 살아내는 왕성한 기운의 존재감 (이돈아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3. 26. 11:41

 

noblesse, 72.7×60.6acrylic on canvas, 2014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가 봄바람인지 미심쩍어 갸우뚱거리네. 산허리 노을빛에 유난히 반짝이는 새싹들. 턱을 괴자 졸음은 절로 밀려오고 그윽한 향이 지나며 정결하게 어깨를 흔드는구나. 눈을 떠 연못을 바라보니 만발한 연꽃이 살랑살랑 흔들리는데. 꽃이 가는 곳으로만 바라보는 연잎물방울 하나. 아 얼마나 더 고행(苦行)을 하면 너처럼 쉬이 구를 수 있느냐!

 

 

감각적 욕망의 존재감

봄날 새벽 어스름 속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색깔과 연잎들이 하나 되어 빚어 낸 색채의 향연이 싱그럽다. 꽃들은 윤택하고 튼튼한 잎맥들은 힘차게 뻗어나간다. 왕성한 생명의 찬가는 어느새 시선을 끌어당기고 사유의 여백을 드넓게 확장시킨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고 흉허물 없이 속내를 털어놓아 서로의 벗이 되는 길목으로 트여있다. 정적(靜寂)만이 흐르는 그 공간에 기억과 실재 그리고 꿈이 지금 이 시간의 선상에서 은근하고도 생생한 긴장의 만남을 이뤄내고 있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하였던가. 진흙 속에 뿌리를 둔 연꽃은 활발한 성장모습으로 도시의 콘크리트 빌딩을 연상시키는 스퀘어(square)와 공존하고 있다.

 

작가는 배경의 우뚝 서 있는 상징은 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현재를 살아내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했다. 탱글탱글한 꽃봉오리와 자아가 움트는 이 교감의 감각적 욕망은 유사한 톤의 밝은 색채로 동질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연꽃과 잎들의 기운흐름을 생기롭게 처리한 화면은 활기차게 뻗어나가는 존재감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이러한 풍경은 새봄을 맞이하듯 자연스럽게 내면을 활짝 열어 희망을 부풀게 한다

 

 

 

peaceful, 45.5×38 mixed media, 2014

 

 

작가는 지난 200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지금 여기에주제의 첫 개인전에서 민화의 화조도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솔드 아웃(sold out)되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작업세계에 대한 고민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전 작품과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돌연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직선과 빌딩 그리고 무한한 우주를 담은 작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20052월에 뉴욕의 갤러리32’에서 그렇게 몰입했던 작업들로 개인전을 갖게 된다.

 

작가는 그 당시 작업적 기법이 최근의 로터스(lotus)시리즈에 나타나는 정방형 모양 등 기하학적 공간성으로 진화하는 시발점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2006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게 되는데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화조도를 선보여 다시 한 번 상당한 작품판매 성과를 올리게 된다. 이후 소재를 더욱 확장, 연꽃을 주제로 한 로터스 연작을 지난해 12월 아산갤러리에서 첫 선보였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lotus, 116.7×80.9acrylic stone powder on canvas, 2014

 

 

완전함, 자연과 인간의 始原

세포의 팽만처럼 또 늘 깨어있음으로 자의식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애(自愛)하는 연속성의 흐름은 여러 대()의 시간을 끌어안는다. 서로 담백한 일체감이 빚어내는 해맑은 화면은 풍염(豊艶)한 신비의 목단화처럼 정숙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러함으로써 이들이 피상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기원(起源)에 대한 물음, 우주의 동행자로서 깊은 사색의 길잡이가 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스퀘어와 꽃이 비로써 완전한 하나가 된 것이다.

 

    

=권동철 ,에너지경제 2015325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