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기 발, 600×600×300㎜ 산청토, 백자토, 2008.
인공미를 버리고 집요하게 자연미를 추구해온 도자에 넉넉하고 포근한 자연의 섭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장작가마 작업을 고집한다. 사흘 밤낮, 장작으로 섭씨 1300도까지 불을 때며 겪는 창작의 고통은 다반사로 흙을 만들어 반죽하고 성형하여 조각한 뒤 다시 건조하고 소성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는 과정에 비유될 만하다.
그는 컬러를 중시한다. 재벌구이 과정에서 불의 온도와 장작을 태운 재의 양 그리고 불의 흐름과 방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리를 제작에 투영시킨다. 백제토기를 대표하는 세발토기인 삼족기(三足器)를 작가는‘삼족기 발’에서 발 한쪽의 형태가 서로 감싸고 있는 형태로 표현하여 자연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의미로 제작했다.
달 항아리, 500×500×450㎜ 산청토, 백자토, 옹기토, 2006.
또 한옥, 연꽃, 물고기상, 잡상 등의 토우는 그만의 정서이자 가치의 산물이다. 달항아리는 포용의 넉넉함과 무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손길 같은 따뜻한 정감의 미감을 선사하고 있다.
장작이 탄 재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도자기의 전체에 또는 목 부분이나 허리 부분에 내려앉아 자연스레 유리질이 형성되며 흩날려 흙에 묻으면서 자연스럽게 유약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위치와 양 또한 매번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도자기에서도 수많은 컬러가 나타나게 되는데 바로 장작가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의 요변(窯變)이자 그 마술은 항상 새롭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위봉사 뒤편에‘봉강도예’의 이름으로 마련된 그의 작업실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고 고집스럽게 추구해온 장인 정신의 산실이자 우리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 생산의 현장이기도 하다.
진정욱 작가는 단국대학교 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했으며 전주공예품전시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지에서 개인전을 3회와 10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2004 대한민국 현대도예 공모전에 입선하면서 도예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2010 서울미술대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상을 수상했다. 현재 군산대에 출강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2010년 12월23일 기사)
'그림 음악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가 오관진-심상을 일깨운 연민 ‘비움과 채움’ 연작 (0) | 2014.07.06 |
---|---|
서양화가 우상호 |욕심 버리면 솟는 희망의 깊이 (0) | 2014.07.03 |
화가 김철후|남도의 서정, 붓으로 쓴 ‘전원일기’ (0) | 2014.06.26 |
화가 한경자| 향기 풍성한 사유의 공간 (0) | 2014.06.26 |
화가 박선영, ‘가족애’ 작품세계|사랑의 공명(Susan Park,서양화가 박선영,박선영,박선영 작가,Family) (0) | 201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