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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영박|치열한 삶의 정서가 녹아든 서정적인 풍경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6. 18. 10:55

 

가을축제 193.9×130.3

 

이영박의 그림 속에서는 삶에 대한 치열함과 진지함이 감지된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무언가 형언키 어려운 무거운 덩어리가 가슴에 들어와 앉는 듯하다. 단순히 감동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미흡한, 아니 언어로 형용키 어려운 그런 뭉클한 느낌이다.

 

그의 그림은 그런 정신적인 포만감을 나누어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붓으로 선을 긋고 명암을 덧붙이는 일반적인 기법과 달리 물감이 질척이면서 엉키는 듯한 색다른 표현기법만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화면의 바탕은 마치 고목의 껍질처럼 두텁고 견고한 질감을 드러낸다.

 

 

 

바람의 소리-제주도A 162.2×130.3

 

 

아름다운 소재 및 대상일지라도 그의 화폭 안에서는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나타난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해석하며, 어떤 방식으로 번안해 내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진정한 창작의 영역이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마음으로부터의 울림이자 감동이다.

 

그 풍경 속에는 무거운 의식의 그림자가 깃들이고 있다. 발색이 억제되는 색채 이미지는 무거운 의식의 그림자를 덮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 엄숙성이 느껴지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는 낭만주의 시대 이전 작품들에게서 느끼는 감정 및 정서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그런 정서는 그림을 단순한 즐거움의 생산지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대상으로 보는데 연유한다. 그의 그림은 어떤 경우에도 문득문득 삶에 대한 성찰을 가져다준다.

 

 

 

갈밭-을숙도 65.2×45.5

 

 

농축된 아름다움 및 깊이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색채 이미지도 훨씬 맛이 짙다는 느낌이고, 형태감각 또한 자연스럽다. 그만큼 묘사기법 또는 형태감각 또한 자연스럽다. 예술이란 무릇 그런 것이어야 한다. 기능이 원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련미가 보태지고, 세련미 속에서 예술성이 피어나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세상은 그저 무상한 시간과 함께 흘러갈 따름이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의 한 토막을 그림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자신의 그림으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을 말끔히 닦아 내도록 하여, 우리들 내부로 비쳐 드는 진정 아름다운 삶의 빛을 주시하라고 말한다.

: 신항섭 미술평론가

 

 

 

이영박

 

목우회 특선 3회와 제2회 한국 구상대제전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및 목우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상 갤러리 등 개인전을 11회 가졌으며 2005~09 한국구상대전(예술의 전당), 상해아트페어(뮤린 화랑, 중국), 한국 목우회 초대전(프랑스 쇼몽 갤러리)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품 소장처는 한국은행, 조흥은행 본점, 한미은행, 문예진흥원, 사법연수원, 시흥시청,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0930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