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률(Kim Hyung reul)/한국화가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교수
한국화의 깊이를 나타내는 현색(玄色)으로써 먹이라는 질료의 중요성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먹은 농담(濃淡)의 표현으로 인하여 일체의 사물에 대한 고, 저, 장, 단을 자연스러운 문기(文氣)를 나타내게 한다. 아울러 필(筆)로써 형상화 하였으나 그린 것 같지 않은 사의성(寫意性)을 내포하고 있는 정신적 질료이다.
먹은 개념적으로는 색깔이지만 한편으로는 공리적(空理的)인 색으로 이해되어 진다. 즉 일반적인 형상에 결속된 고유색이 아닌 색(色)이라는 의미를 넘어선 형이상학 개념의 색이다. 또 객관적인 인식에 의해서 파악할 수 없는 상상적 유추와 직관에 의해 표상화(表象化)된 색인 것이다.
먹이란 만상(萬象)의 색을 공유하므로 적, 청, 황, 백, 흑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내재화된 의미를 가진 먹의 사용방법은 선묘(線描) 뿐만 아니라 면(面) 요소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이 선행되어 진다. 수분이 가해진 장지(壯紙)에 농묵(濃墨)을 찍은 다음 계속적으로 두들겨 펴서 농담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담묵(淡墨)의 표현은 층차(層差)적으로 하되 수분이 건조하기 전에 시간차를 두어서 농묵을 가한다. 만약 수분이 마르면 이 방법은 효용성을 잃게 된다.
농묵사용을 이와 같이 표현하는 이유는 파묵(破墨)의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질감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특히 붓으로 먹을 두들겨서 농담의 효과를 내는 것은 먹과 장지만이 가지는 특수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화선지보다 장지는 질긴 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방법이 가능한 것이다.
運筆의 속도와 쓰임새
선묘의 운용방법에 있어서 붓의 자세로 화면과 직각이 되게 하는 직필(直筆)은 정묘한 필세가 요구되어지는 부위에 사용된다. 역필(逆筆)은 정밀한 부위보다는 대담한 표현의 부분에 적용하여야 한다.
운필(運筆)은 속도만이 아니라 필의 쓰임새 변화에도 중요하다. 특히 담채(淡彩)와 농채(濃彩) 효과를 낼 때 필의 운용이 중요하다. 이때에는 대개 납작하기 때문에 넓은 면적을 표현하기가 용이한 재료인 편필(偏筆)을 사용하게 된다.
▲글=김형률(Kim Hyung Reul)/한국화가.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교수
△출처=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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