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식 작가
우선, 작품의 재료가 ‘빨대’라는 것에 놀랍기도 하지만 쉽게 구부러지기도 하여 재료로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의문도 다가온다. 작가는 이 물음에 아주 간결하게 우리들의 어릴 적 기억 하나를 상기시켰다. “잘 묶여진 국수 다발의 단면을 손가락으로 밀면 반대편에 밀려나온 국수가 높낮이를 통해 별별 모양들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누구나 빨대를 가지고 한번쯤 사사로운 놀이를 하였을 텐데 작가는 이것을 주목할 만한 특징들로 끌어올린 것이다. 빨대 자체를 한 번 들여다보자. 속이 비어 있는 구조는 시각적으로 관통되어짐으로써 반대편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차곡차곡 쌓아올려지면 사진기 렌즈처럼 각각의 공간에는 개별적인 풍경이 보일 텐데 천 개, 만 개의 공간이 집합을 이룬다.
illusion, 500×100×250㎝ 음료용 빨대 2004(왼쪽). Mouth red L, 40×40×22cm straw LED 2010
관람객이 작품을 볼 때, 빨대 구멍 사이로 배경은 시선이 정확하게 일치가 되면 배경 또한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는데 마치 오로라(Aurora)나 프랑스인들이 고대 중국 비단 위 물결 무늬를 일컬었다는 모아레(Moire)와 같이 재미있는 현상이 창출되기도 한다.
이는 또 관람자가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를 변화시키는 유쾌하고도 매혹적인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작품 앞에서 관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작가는 배경을 첨단 자본과 권력의 상징으로 명품 시계와 자동차 등을 종종 배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 의미들을 권력이나 성(性)과 연결지어보면 그의 관심이 욕망에 집중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정훈, 미술평론가)
이처럼 재료의 표면적 의미를 역설적 상징 의미로 확장하는 작업을 통해 현실의 페이소스(Pathos) 등 다양한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 특별한 묘미로 다가오는데 수많은 빨대들을 통해서 다채로운 욕망의 맛을 음미하고 대면하는 우리들의 자화상도 살짝 발견해 볼 일이다. 홍상식 작가는 2009년 석주문화재단 선정 작가이며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0년 11월 11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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