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美術人

박용선 작가-실을 풀어 옷을 짓다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6. 14. 15:26

 

박용선 작가

 

 

종이와 색연필 그리고 펜. 단지 이것이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그림이 된다. 박용선 작가의 드로잉 방식으로 표현한 작업, ‘펜 뜨개질시리즈는 실재 스웨터(sweater)를 짜듯 선들의 반복적 교차를 이루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는 선()이 화면에 집적되면 자연스럽게 공간이 형성된다. 평면과 동적인 운동감은 사물의 현상(現象)을 낳는다.

 

스웨터의 발견은 뜻밖이다. 추운 겨울날, 열악한 작업실에서 웅크리고 있던 작가는 그냥 무심히 이리저리 고개만 돌려 두리번거렸다. 재료라고 아무것도 없었다. 종이와 펜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입고 있던 스웨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스웨터를 그린 것은 덜 춥고 싶었던 내 마음의 본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면서 몰입했고 난 추위를 잊었다고 작가노트에 적고 있다.

 

작가는 이것을 드로잉 요소로 발전시켜 왔다. 이제 그의 화면을 마무리한 펜이 떠나면 스웨터는 누군가의, 익명의 주인을 만난다. 그 옷은 누군가의 유년시절을, 아이를 따스하게 품는 스웨터가 되기도 하고 가난한 청년의 얼음장 같은 발을 동여매는 것으로도 읽혀진다.

 

 

 

 

펜 뜨개질(Pen knitting), 90×90cm pen on paper 2010(). 펜 뜨개질(Pen knitting), 80×80cm pen on paper 2009.

 

 

 

박용선 작가의 작업 행위는 시작(詩作)에 비유할 만하다. 선들은 씨줄이기도, 날줄이기도 한데 한 올 한 올이 얽혀지며 형상화 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확장되어 나아간다.

 

작가가 형상을 벗어나서 담담하게 보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세계를 지속시키는 그 어떤 힘들인데 염려와 배려를 통한 따스함이 묻어나는 스웨터 한 벌을 타인을 위해 짓는 그 마음 씀씀이 일 것이다.”

(황찬연, 예술철학)

 

그는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했다. 목적 의식을 가지지는 않았겠지만 깨달음의 경지인 원()의 세계를 향한 수행, 수련의 연속적 과정처럼 펜을 통한 드로잉 작업에도 알게 모르게 그러한 학업의 내용들이 녹아 축적된 것이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물음에 부인하지 않았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01111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