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갤러리 비선재]단색화가 최명영‥역사와의 대화[이진명 미술평론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3. 10. 5. 16:21

갤러리 비선재 전시전경. 포즈를 취한 최명영 화백. 사진=권동철,

 

시간의 축적과 정신화

[글=이진명, 큐레이터·미술비평·철학박사]

 

최명영 작가는 물질(대상)과 정신 사이의 상호작용의 지난한 과정에서 산생한 형식실험에 세계로부터 자기로 수렴하여 자기를 알기 위해서이다. 자의식(self-consciousness)은 세계를 이해하는 의식이다. 그런데 그것은 마치 불과 같아서 주위의 모든 사물을 모두 태울 수 있을 중시했다.

 

시간의 집적이란, 화가 본인의 역사인바, 화가의 실존이기도 하다. 최명영 작가가 과정과 수양을 말하는 이유이다. 물감을 직접 손으로 누르고 문질러서 화면을 구축하는 방식은, 그림과 문화라는 총체적인 역사와의 대화이다.

 

“일련의 평면조건작업은 반복에 의한 회화적 실존, 질료의 정신화 의도로 백색 질료의 경우 사유의 순환성향을 머금은 함축공간으로, 흑색에서는 몸에 직접 반응하는 체감공간을 구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7)”

 

 

갤러리비선재전시전경

 

최명영 작가는 회화에서 눈으로 보는 쾌감도 중요하지만, 지성으로 성찰하는 만족 역시 중요 하다고 말한다. 시각적 쾌감이라는 씨줄과 지적 만족이라는 날이 완벽한 협력을 이룰 때, 회화의 의미가 드러난다. 시각적 쾌감은 형식 사유에서 미술사와의 대화를 통해 얻어져야 하며, 지적 만족은 작가가 세계와 만나서 얻은 성찰에서 산생한다.

 

 

Conditional Planes 17-41, Acrylic on canvas 130.3×162.2㎝, 2017. 사진제공=비선재

 

반복적 행위에서 무적(無適)의 지점으로 나아가고 이때 정신적 체험을 통해 물질(물감, 캔버스, 외부환경)과 서로 교통했던 의미가 체현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블랙 연작과 화이트 연작은, 정념의 살은 바르고 의지의 뼈로써 일어섰던, 과거 화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데 의도가 있거니와 이를 넘어선 현재 작가의 자유의 역량을 현시하는 것이 더욱 큰 목적이다.

 

 

Conditional Planes 7635, Hanji, Oriental Ink, Needle 60×90㎝, 1976. 사진제공=비선재

 

참으로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은, 최명영 작가의 최근 작품은 어떠한 의무나 전제에서 추진한 의지의 산물이라기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빛을 발하는 자유에서 빚어졌다는 점이다. 빛의 반사, 음악의 울림, 공기의 흐름. 멀리 창밖으로 들리는 소리, 그 모든 것이 공부가 아닌 게 없는 것이다. 그 모든 정서는 물질과 대화하며, 대화는 당위가 되고, 급기야 시간의 축적을 통해 캔버스 화면에서 정신화를 이루게 된다.[이진명]

 

[참고문헌]

7) 최명영, 작가노트, 2023.

 

[출처=갤러리 비선재, ‘WHITE & BLACK PLANE’-5(최명영,권오봉,김현식,신수혁,윤상렬 작가)전시도록, 93~1110, 2023]

 

#캡션

1=갤러리 비선재 전시전경. 포즈를 취한 최명영 화백. 사진=권동철, 2023.9.21.

2=(위 왼쪽부터)Conditional Planes 20-405, Acrylic on canvas 194×162, 2020. Conditional Planes 18-08, Acrylic on canvas 162×193.5, 2018. (오른쪽)Conditional Planes 21-22, Acrylic on canvas 130×162, 2004. (중앙)Details. 사진제공=비선재. (아래)최명영 화백 및 배경작품=Conditional Planes 1622, Oriental Ink on Hanji 164×1322016. 전시전경사진=권동철(2023.101일 인사이트코리아 보도사진)

3=Conditional Planes 17-41, Acrylic on canvas 130.3×162.2, 2017. 사진제공=비선재

4=Conditional Planes 7635, Hanji, Oriental Ink, Needle 60×90, 1976. 사진제공=비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