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KOO CHA SOONG]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화백,온타리오 칼리지 오브 아트(Ontario Collage of Arts),구자승 작가,갤러리 이마주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8. 11. 19. 16:02

, 150×150Oil on canvas, 2018



드라마틱의 절정 현대적 사실화

 

마음에 간직한 사랑의 술잔에 증오의 독주를 채운 것도 그자들 때문이란 말인가. 그리하여 내 불멸의 보배를 인류의 적인 악마에게 내준 것도 모두가 그자들을 왕이 되게 함이었던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운명이여. 당당히 승부하여 최후의 결판을 내리라.”<셰익스피어 맥베드(Macbeth)’ , 신정옥 옮김, 전예원>

 

화면은 매혹의 꽃을 중심 주제로 놓고도 넓은 여백을 블랙으로 처리했다. 그럼으로써 정적 속 꽃잎 하나가 야릇한 향기를 내뿜는 듯 숙연함과 팽팽한 긴장의 전율이 감돈다. 뒤주위에 놓인 정물과 벽 위쪽에 걸려 있는 양머리가 대칭으로 존재하는 작품역시 구성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개의 모티브가 긴장상황에서 대치하고 있음으로써 서로가 그 무엇을 담금질하며 마치 배우가 무대에서 절규를 외치는, 적막을 깨트리는 주인공의 독백이 별안간 튀어나올 것 만 같다. 극적(劇的)요소가 팽배한 이 흐름을 지극히 작가는 의도한 것이다.

 

어떤 대상을 어떻게 놓느냐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나는 여러 모티브들을 진열해 놓고 항상 대화한다. 그러다 어떤 마음이 꽂혔을 때 작업에 몰입되는데 평범했던 소재가 나를 통해서 드라마틱한 상황으로 변화되는 자체를 즐긴다.”

 


   양머리 있는 정물, 162.0×112.0, 2017



현대적 감각의 오리엔탈리즘

수직으로 버티고 있는 서 있는 병 그리고 수평의 테이블처럼 일상의 평범한 물건들의 극단대비에서 오는 소름끼치는 적막감이 압권이다. 그리고 문인화(文人畵), 한국화의 여백처럼 비어있지만 상상하고 추론하는 공간은 화백작품의 주요한 모토(motto)로서 사유의 공간적 개념이기도 하다.

 

백자는 문양도 없는 단순한 도자기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한국인의 얼이 내재된 것처럼 내 그림에서 동양적세계관의 사유공간인 여백을 중시한다.”

 

여기에 색채를 많이 줄임으로써 사물이 갖는 본래적 순수성을 극대화시키는 정제(精製)된 화면은 매우 단순화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부여하는 화백의 끊임없는 시도와 다름이 없다. 서양화지만 다분히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감정이 들게 하는 미학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구자승(KOO CHA SOONG)화백



구자승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교육대학원 그리고 캐나다 온타리오 칼리지 오브 아트(Ontario Collage of Arts)를 졸업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첫 개인전을 1978년 선화랑에서 가졌고 이듬해 유학길에 오르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인물, 풍경, 정물 등 구상중심의 전통적이고 아카데믹한 작업을 했다.

 

그리고 4년간 캐나다시절을 통해 여러 미술세계를 보고 느끼면서 화풍(畫風)의 변화를 맞는다. 표화랑, 광주시립미술관, 코츠카갤러리, 리가로얄갤러리(일본) 등에서 다수 개인전을 가졌다.

 

한편 이번 구자승 개인전116일 오픈하여 20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갤러리 이마주에서 전시 중이다. 화랑 인근 카페서 인터뷰한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물어 보았다.

 

젊은 날엔 워낙 어렵게 작업을 했었지만 후회는 없다. 간혹 그림을 안했으면 뭐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림 밖에 선택할 길이 없었고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행여 다음 생애가 있다면 나는 다시 화가가 될 것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1119일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