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KIM KI CHUL]조각가 김기철, 주기의 깊이(The Depth of Cycle),OCI미술관,김기철 작가,金起徹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8. 4. 7. 10:24


소리보기-, 혼합매체 가변크기, 1995~2018 (오른쪽)부분 확대이미지



시간의 다양성 소리의 시각화 


스즈끼 다이세쓰(鈴木大拙)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화엄경의 의미심장함과 그 철학은 우리가 일단 경험을 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 주관과 객관 사이에 더 이상의 구별이 없는 완전한 해탈의 상태.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대상은 다른 대상에 공간적으로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모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순수 체험의 사실로서, 시간이 없는 공간이나 공간이 없는 시간은 없다. 그것들은 상호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이성범·김용정 옮김, 1989, 범양사 > 

 

소리보기-시리즈는 작가의 메인타이틀 같은 작품이다. 1995년도 관훈미술관에서 모노채널로 스피커들을 나열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예술의전당디자인미술관에선 걸려있는 무지개 색 우산의 안과 밖 소리변화를 보여줬다. 95년 이후 1년에 한번 정도는 꾸준히 전시해 오며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빗소리의 시각화작업이다.

 

비 내리는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튀김소리와 거의 유사하다. 소리라는 것이 연상이미지다. 작품에 소리를 넣지 않아도 빗소리가 마음으로 들리듯 오히려 증폭효과가 나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이 비를 전시공간으로 옮겨 온 콘셉트다.”

 

시계(Clock)작품은 당신과 나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일깨운다. 시간을 선이 아닌 양()으로 취급하고 싶은 장치다. 춤추는 사람형상의 종이인형 48개가 3분을 두고 각기 다른 시간대에 회전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멈추기도 한다. 또 각각의 속도로 360도 회전하다가 어느 순간 모두 동작을 마치고 동시에 시작하는, 하나이자 전체인 시간인 것이다. 숫자는 작업편의성을 고려한 것일 뿐이다.

 


시계(Clock), 110×235×75혼합매체, 2018 (프로그래밍:변지훈)



관음, 나에겐 일종의 구도

이번엔 소리를 여러 층위로 나눠 본 것이다. 관객 참여형의 작업으로 저마다의 소리를 체험하는 마음을 비롯하여 마트료시카’, ‘하드밥(Hard Bop)-아홉수’, ‘불로불사’, ‘초속 5라 들었다등의 전시작품들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소리를 설치작품으로 접근한 것이다. 결국은 시간의 깊이와 통한다.”

 

김기철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애틀에서 오디오 프로덕션(Audio Production),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아트에서 인티그레이티드 미디어(Integrated Media)를 전공했다. 1993년 건널목갤러리 첫 개인전 십일면관음이후 일관되게 소리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작업해 오고 있다. 



              김기철 작가



관음(觀音)은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구도를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그는 공간화랑(서울)과 미국 LA와 시애틀, 슬로베니아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4년 파주시 헤 이리마을길, 블루메미술관 전시에서는 침묵의 시간전을 가졌다. 이번 열한 번째 주기의 깊이(The Depth of Cycle)’초대개인전은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 1~3층 전시실에서 322일 오픈하여 519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편 그에게 작업소회에 대해 물어 보았다. “법화경에 일심으로 부르면 소리를 보게 된다는 것을 믿으며 작업하다 어느새 25년이 지났다. 소리를 보는 방법을 작업한다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매번 실험적이다. 앞으로도 해탈하지 않는 이상 이것을 계속 할 것 같다.”

 

=권동철/주간한국 20184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