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KUMHO MUSEUM]서양화가 고성만,상상공생,ARTIST KO SENG MAN,금호미술관,고성만 화백,고성만작가,高聖萬,The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8. 1. 8. 18:17


신일월오봉도(新日月五峰圖)-기원, 227.3×162.1, 한지 위 경면주사, 콩물에 들기름, 석채, , 금분, 아교, 차콜, 2017




국태민안과 지구촌평화의 기원

 

 

“20세기가 만들어 낸 생태적·정치적 문제들이 이번 세기 동안에 진정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면, 현대혁명의 소득이 미래의 세대에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현대혁명이 통제를 벗어날 명백한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군사적·생태적 재앙을 맞을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스터 섬처럼 황폐한, 그러나 그 참혹함은 훨씬 더 큰 세계를 물려주게 될 것이다.”<시간의 지도(Maps of Time),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이근영 옮김, 심산 >

 

조선시대궁중회화를 대표하는 어좌 뒤 안배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표징 일월오봉도를 차용한 화면은 한지 위에 거칠고 투박하지만 호방한 기개를 드러내며 복제 판화처럼 그려냈다. “오늘날 한반도안보현실이 엄중하지만 이념을 떠나 분단의 인간적인 아픔이 평화적으로 잘 모색되고 지구촌에 더 이상의 테러나 전쟁아픔 없이 새 희망을 향해 나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컸다.”



휴전선 155마일, 227.3×162.1


 

두 봉우리 위에 떠있는 둥그런 원()일월(日月)을 뛰어넘는, 달궈진 쇳덩이같이 한민족의 모든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기운생동의 에너지덩어리라고 전했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왠지 미국 시카고 맥도널드1호점 둥근 탑처럼 되어 혼자 갸우뚱거리다 실소하기도 했다는 작가는 그러나 의도되지 않은 의도, 예측되지 않은 예측 그런 모호함처럼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아이러니를 작품으로 생산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덧붙였다고 밝혔다.

    

 

한국적정신성재료와 지평의 확장


인간의 생물학적 근원에 대한 해명에 천착한 부부 과학저술가,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공저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정독한 바 있다. ‘모든 생명의 성스러운 메시지는 우리 조상들이 쓴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모를 수 있지만, 그 생명들은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내용은 인류가 수많은 생명체들과 한 몸이라는 깨달음의 메시지를 일깨운다. 상상공생(Imagination of Symbiosis) 작업방향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신일월오봉도-DMZ, 227.3×162.1


 

고성만 작가는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뉴욕(The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서 공부했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15~2016년 인사아트센터에서 2회 연속 분단 70년에 대한 애환을 다룬 차이와 반복()을 가졌다. 이후 인간 삶의 궤적자체가 추상이자 예술이라는 생추상(Living Abstraction)’을 발표했고 2017년 대만 대북시 쉐라톤호텔(喜來登大飯店) ‘조화적 길상전에서 동·서양의 하모니를 펼친 화폭으로 현지호평 받았다


이번 열 번째 상상공생개인전은 1000호에 이르는 대작을 비롯하여 15여점을 선보이며 2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소재,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작업의 주재료는 악귀를 물리치는 주술적 정화를 함의한 적색의 경면주사(Cinnabar), 먹 그리고 콩과 들기름을 조합하여 노랑과 황색계통 색을 냈는데 옛 온돌방 습기를 막은 콩 땜처럼 구수한 냄새가 은근히 배어 나왔다.

    


                       고성만 화백

 

한국적정신성의 소재를 통한 회화지평의 확장과 다름이 없다. 한편 서울 약수동 작업실에서 장시간 인터뷰하며 화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청했다. “이순 넘어 뒤돌아보니 한국과 뉴욕에서 거의 반반씩 살았다. 그러다보니 삶의 유형이 유목민적인 이른바 노마드(Nomad) 비슷하게 되었다. 어느 예술도 민족을 넘어설 수 없다고 본다. 한반도에서 태어난 작가로서 바라는 바는 나의 작업이 충만한 평안의 숭고함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201818일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