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33×55×5㎝ 도자 적동 자개, 2014
조각·회화요소가 어울린 도자미학
“그대는 원기둥의 모습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원기둥은 높으면 높을수록 가늘어지고 아름다워지지만, 그 내부는 더욱 굳세어져서 무엇이라도 짊어질 수 있게 된다.”<곁에 두고 읽는 니체 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사이토 다카시(齊藤孝) 지음, 이정은 옮김, 홍익출판사 刊>
강 의미를 껴안은 모든 색의 집합체, 검은색이다. 무심히 유유히 스스로 앙금을 걸러내며 흐르는 ‘블랙 강(Black River)’연작은 조각조각 퍼즐형식으로 연결한 작품이다. 1250도 이상의 엄청난 불의 힘을 이겨내야만 빛을 발한다. 가마소성 때 의도치 않게 떨어진 유리조각은 생의 우연처럼 달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규칙적이지 않은 변형의 번짐은 마음의 착시를 일으키게 하고 강의 풍경은 한층 더 한가로이 물결친다.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가 연주한 드뷔시(Debussy) 곡 ‘달빛(Claire de lune)’이 청아한 빛살아래 달관의 선율로 굽이굽이 교교히 흐른다. 우주가 ‘나’를 품듯 저 강물의 돛단배에 몸을 실으면 끝없이 미지의 세계로 흘러갈 수 있을까!
달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 달항아리. 약간 찌그러진 원형 그 비대칭적 자유스러움에서 오는 편안함이 정겨운 여유를 건넨다. 거기에 작가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스며든 정제미가 우아한 선으로 드러난다. 가마서 구워져 나온 달항아리는 부조(浮彫), 그 위 나뭇가지와 꽃은 금속, 새는 자개로 작업하여 서로 조화로운 미감을 선사한다.
친환경적 재료와 강, 나무, 풀, 꽃 등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색채를 통해 평안함을 담아냈다. 꽃과 새가 별빛 아래 다정하게 대화하는 정경은 비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서로를 환하게 비추어주는 그러함이 진정한 소통이리라.
“나는 특별히 원칙을 정해놓지 않고 느낌과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흔히 도자라고 하면 물레작업을 생각하는데 그런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어 조각을 많이 떠 올렸다. 전통도자기기법 등에 작업범위를 한정짓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다양한 예술영역과 접목을 구상하고 있는데 일단 시도하고 부딪혀보는 것이다.”
Flows, 1m×35.8㎝ 도자, 2016
◇아름다운 선은 마음에서 비롯되다
“선이 살아 있다는 것은 생명감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표현하고자 작업에 몰두한다.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지러운 마음을 없애야 비로써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작업해 나갈수록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통해서만 우아한 선이 표현된다.”
도예가 마효숙
도예가 마효숙은 단국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이번 다섯 번째 ‘선:Line & Mind’초대개인전은 12월2일 오픈하여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소재, 이정아 갤러리(LJA Gallery)의 지하1~2층까지 액세서리 170여점을 포함하여 총 2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도예기법에서 판을 밀어 만드는 작업 이른바 판 성형작업 후 남는 흙 조각들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자의 미적인 부분은 해치지 않고 파손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금속공예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했는데 여타 재료들을 활용하여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한편 3개 층 전시장을 둘러보며 인터뷰 한 그에게 작가의 길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나의 최대 놀이는 작업이다. 더 이상 재미있는 것이 없다. 그 과정을 즐김으로써 존재이유를 알게 되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년 12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