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OH WON BAE]서양화가 오원배,OCI미술관,존재와 소외,동국대 교수,시떼 데 자르(Cite des Arts),오원배 화백,吳元培,오원배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12. 15. 00:36


Untitled, Pigment on canvas, 227×500, 2017




하이테크 시대 인간의 희망몸짓

 

 

앞으로 닥칠 미래가 있는데 인간이 이미 기계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기계한테 100퍼센트 집니다. 결국 우리가 기계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겠죠, 다시 말해, 내가 하는 일이 이미 기계 같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 입니다.”<인간VS기계,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

 

 

거대한 파이프와 가스통이 등장하는 산업현장의 획일화된 인간군상 몸짓이다. 매끈한 금속인조인간의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과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계단, 온기 하나 없는 철골과 감시시스템 등이 대작(大作) 화면을 채운다.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라는 육중한 뉘앙스는 관람의 심중을 뒤흔든다.

 

유비쿼터스,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거대한 전환기의 중심에 가 서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전율하게 된다. 또한 주저 없이 질주하는 이 물결은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와 관련, 소외문제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규범혼란과 가치상실의 뒤르켐, 사회구조문제에 따른 일탈행동인 머튼의 아노미(Anomie)와는 또 다른 측면의 경향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존재와 소외라는 테제로 40년을 천착해 온, 오 화백의 통찰력을 만나 볼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전시이다.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감정을 수반하는 예술창작을 대신할 수 없다고 믿었는데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개인의 소외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문제를 생각 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전시장 1층 벽면을 감싼 32m 신작은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자하는 인간의 몸짓을 표현하였다. 결국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386×259



현상너머 본질을 보라

오원배 작가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및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수료했다. 현재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5년 말 파리에서 귀국하여 86년 동덕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는데 그때 이미 실존문제를 다뤘다. 89년도 국립현대미술관 이달의 작가에 선정되었고 93올해의 젊은 작가97이중섭미술상을 조선일보에서 수상한다.

 

2002년에 시떼 데 자르(Cite des Arts, 파리), 2003년 금호미술관, 2014년엔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시에서 프레스코작품으로만 선보였다.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은 800, 500호 이상의 압도적인 신작회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식의 드로잉 37점을 선보이며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인근, OCI미술관 1~3층에서 112일 오픈하여 1223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지금, 여기인간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전시명제는 미술평론가 최태만 국민대 교수가 쓴 서문제목이다    



                               오원배(吳元培)화백



이 문제에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70년대 시대상황이 그랬고 입대하여 최전방근무를 했는데 감수성 예민하던 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시절 우리 것, 우리 민족을 찾는 분위기가 문화전반에 있었다. 민중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이 걸리고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이문구 장한몽’, 황석영 객지등 기층 민중을 소재로 다룬 소설을 탐독했다.”

 

한편 전시장에서 인터뷰 한 화백에게 후학을 위한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쉽고 감각적인 것만 드러내려는 것은 작품의 진정성과 결합되는 문제가 된다. 작업은 노고(勞苦)를 동반하는 과정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너머 본질을 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