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Work, snap-2017-07-11-12h04m14s188(Capture)
만물의 형성·해체·변화언어와 기호
“약 3만 년 전 구석기시대가 끝날 무렵, 프랑스 남부(라스코 같은)와 스페인 북부(알타미라)의 동굴화가들은 뇌가 눈앞에 무엇이 보일지 가정을 한다는 점을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화가들은 삼차원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윤곽선을 써서 경계를 설정한 다음, 그 부분이 두드러지도록 처리하여 윤곽을 만들어 냈다. 그런 선화(線畫)들은 삼차원이라는 착시를 일으킨다. 묘사한 대상이나 사람의 키, 폭, 형태를 보는 이의 뇌에 재현하기 때문이다.”<통찰의 시대(The Age Insight), 애릭 캔델(Eric R. Kandel) 지음, 이한음 옮김, RHK 刊>
‘Video Work’는 올해 9월 터키 ‘제15회 이스탄불비엔날레(Istanbul Biennale)’특별전에 출품하여 찬사를 받았는데 역동적으로 작업했던 1995년도 작품에 기하학적 옵티컬(Optical)이미지를 다양한 구성으로 종합한 영상을 캡처 한 것이다. 큐브(Cube)작품은 평면 그리드(Grid)에서 큐브를 꺼낸 것으로 그 속의 무수한 선을 찾아서 회화적으로 해석하여 변화를 주었다.
이처럼 현대미술형성과 해체 키워드라 할 수 있는 70~80년대 후기까지 진행된 김 화백의 그리드는 80년대 ‘관계’시리즈로 넘어오면서 격자구조로 분할 된 사각 면 위에 터치 또는 획으로 중첩된 변주를 선보인다. 90년대는 패턴반복에서 탈피하여 단일이 아닌 분할된 구조들이 조합되고 평면의 상징적구조로서의 그리드가 일루전(illusion)을 갖게 되면서 옵티컬 구조로 바뀌게 된다.
2000년대 방형신화(Myth of Cube)에 의한 돌출과 일탈, 정형과 착시, 이차원과 삼차원의 교차방법으로 창조신화에 대한 재해석 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19세기 원근법과 20세기를 그리드라고 할 때 나의 그림은 이 두 가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형성과 해체, 변화과정의 핵심키워드를 끄집어 내 하나의 언어와 기호 속에 활용하는 것이다.”
Myth of Cube, 180×90㎝ Acrylic on canvas, 2017(each)
◇정상적 궤도에서 현대미술과 교감
화백은 1979년 공간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81년 일본청년미술이 움직이는 동경 고마이(駒井)화랑전시, 88년 갤러리 현대, 95년 문예진흥원미술회관 박사학위청구전에 이어 96년 파리 기학학추상전문화랑인 갤러리 끌로드 도르발 초대전에서 현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2011년 문신미술상을 수상한다. 2012년 팔레 드 서울 전관에서 청주대학교 교수퇴임을 겸한 회고전을 가졌다.
이번 ‘기하학적 추상미술 50년:Geo·Optical Art’초대개인전은 지난 10월14일 오픈하여 12월17일까지 경기도 광주시 청석로,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를 바탕으로 시작했지만 패턴과 형식변화를 줄 때 마다의 상징적 작품들을 망라한 1000~1500호 등 평면대작과 영상, 입체, 설치를 선별하여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다. “앞으로 더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베이스로서 아카이브다. 그래서 성찰의미가 더 크다”라고 전시의미를 부여했다.
김재관(金在寬)화백
한편 기하학적 추상화가 김재관 작가는 청주고와 홍익대학교 및 동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했다. 미술학박사 국내 제1호다.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가진 화백에게 후학들을 위한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한국인은 창의력이 뛰어나다. 나 역시 조금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앞만 보고 나아갔다. 정상적인 궤도에서 승부를 걸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의 낙후된 양식을 차용하지 말고 현대미술과 교감해야 한다. ‘현재’와 ‘정신’을 동일 선상에 놓고 늘 주시해야 한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년 12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