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농염한 여체의 線 고려불화 닮았다-from 한국화가 조춘자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20. 23:39

 

명상적 여인의 삶, 120×60한지 위에 채색 2010

 

 

 

명상적 여인의 삶연작고아한 향취 묻어나오는 내면 돋보여

 

수국(水菊)잎 말린 은은한 차() 향기가 가을빛 속 방 안 가득 그윽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순결의 희디 흰 풍성한 꽃송이로 소복하게 하늘거리던 그 꽃을. 청아하고 부드럽고 정결한 너였기에, 열 폭 병풍 분홍으로 푸르른 빛 수놓아 가까이 두려 하네.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잊으려 잊고파 짧은 오수(午睡)를 청했나. 깊은 그리움은 부드럽게 휘어진 둔부의 하얀 실크 실루엣에 민감하게, 순간 일렁인다. 미혹(迷惑)의 강가. 절망 실어 두둥실 흘려보내는 나이 마흔 살 즈음, 여인이여. 사방이 고요한 시간의 흐름 속으로 고독의 선율이 상처처럼 흐른다.

 

드레스 입은 여인의 풍만한 가슴 뒤엔 고뇌로 오므려진 목단꽃이 밤비에 촉촉이 젖어 검붉게 피어나고 있다. 본연의 생명. 다시 피어올라 겸허한 향기의 여인이여!

 

 

 

 

명상적 여인의 삶, 73×91한지 위에 채색 2010

 

 

여인의 인간적인 삶과 우리 생()의 의미

 

선명한 데생과 담백한 채색으로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 그 내면을 사념 없이 명상적으로 표현한 화면. ‘여인은 우리에게 보는 즐거움 그 자체의 순수함과 맑은 사색의 기회를 준다. 이것이 조춘자 작가의 인물화가 다른 회화들과 구별되는 특징이자 그의 예술적 성취이다.”(이희영, 미술평론가)

 

작가는 한 점의 인물화 완성을 위해 명암이 들어간 완벽한 데생을 한다. 누드 모델의 내면 연기와 몸의 일치 그리고 빠른 포착의 동시 몰입. 여인의 몸과 하늘거리는 드레스의 윤곽선과 명암의 볼륨이 가지는 내면의 선()에 이르기까지.

 

기다림이고 마음의 열림이자 생명력의 탄생 의미를 갖는다. 그 선은 옷자락의 주름이 되고 여인과 오롯한 명상적 여인의 삶이 되는 것이다.

 

 

 

 

명상적 여인의 삶, 110×110한지 위에 채색 2010

 

 

 

작가는 물감이 가지는 속성에 따라 쓰려 한다. 노랑, 빨강, 검정, 주황 등 화면에서 많은 색깔을 쓰지 않는 채색은 표면에 층이 지는 것이 아니라 스미는 방식이다. 그리고 압축하고 단순하게 화면에서 조형성을 강조하고 중시하는 중년 여인에서는 내면의 향취가 물씬 묻어나온다.

 

조춘자 작가의 한국화는 선 그림이다. 그가 선을 작품에 녹여 내기 위한 노력만큼 그가 고려 불화를 만나고 받은 신선한 충격은 컸던 것 같다. 그녀는불화도 인체(人體). 이 관점에서 고려 불화는 인체 해부학적으로 나의 여인 작품과 상당히 동질하다는 것을 느꼈다.

 

고려 불화의 선이나 나의 선은, 인체의 선이라는 점에서 눈()에 바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불화 얼굴의 인자함이나 작품 속 여인의 얼굴을 그렸을 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여인과 선과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채색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정신과도 다르지 않다. “평면 너머로 보이는 인물의 환영과 그것이 있는 표면의 물리적 진실, 이 둘을 통합함으로써 조춘자의 회화는 근세 이래로 등한시된 채색이 실은 한국인의 기질에 분명히 유전되는 시각적 인자임을 논증한다.”(이희영, 미술평론가)

()은 여인을 두른 가녀린 실크의 흐름과 바람의 결을 아우른다.

 

그러하기에 선은 자연과 여인의 인생과 모든 섭리를 품는다. 때문에 선은 단순히 여성의 노출이라는, 일련의 성적 대상과 같은 통념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은 쓸쓸함이 묻어 있으나 여전히 고아한 자태며 성숙한 여인의 보다 인간적인 삶, 그 생()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작가가 이 선은 곧 자연이며 그 자연 자체를 그린다고 한 것의 자연도 이 맥락에서 자랐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