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YOUNG-JIN CHOI〕인천지역갯벌,살아있는 La mar,강화도갯벌(서해,The West Sea,CRANE KALMAN BRIGHTON,사진작가최영진,최영진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3. 6. 23:44


100×180



물빛에 깃든 생명순환의 파노라마

 

바닷가에 밀려오는 보이지 않는 힘/맨몸으로 뛰어들어 몸부림쳐도 끝내 만질 수 없는 욕망/귀 막고 눈 가리고 입 다물고 옷으로 가려도 끝내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의 일어나는 힘/비가 되어 나리다가 나무가 자라다가 바람이 되어 불다가 돌이 되어 뭉쳤다가 피가 되어 흐르다가 문득 터지는 힘의 순결한 욕망”<김광규 , 물의 힘, 문학과 지성사>

 

 

물이 빠지면 비로써 드러나는 거대한 산맥이다. 붉은빛을 띤 검누런 금향색 갯벌의 골엔 하루를 마무리하며 황혼이 못내 아쉬운 눈치로 넘어가고 있다. 그 끝자락을 품어준 물빛은 아련한 여운의 색채로 수줍게 하늘거리는데 말간 창공을 날아가던 철새 한 마리가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제 그림자와 고적하게 일렁인다.

 

잔잔한 물결도 새고 지고, 바람 지나간 흔적도 새겨지고 하늘의 구름도 갯벌에 드리우는 거대한 캔버스다. 그 위에 장편서사시가 펼쳐진 펄의 살갗위로 고요한 적막감만이 무심히 반짝인다. 바다가 땅이 되고 땅이 바다 되는 정의 내려지지 않는 경계 모호한 갯벌이라는 풍경에서 어찌 인간의 몸과 마음의 세계를 엿보지 못하랴. 그런 때, 미묘한 파멸의 느낌으로 가슴을 헤집으며 파고드는 비애감은 왜 그리도 낯설고 당혹스러운 것인가!

 

갯벌은 물성자체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항상 물이 차 있을 때 스스로를 비우며 소통하고 그 안에 크고 작은 구분 없이 생명의 본질이 꿈틀거린다. 순환을 거치면서 하늘과 땅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음과 양을 결합하는 도체가 물이라 여긴다. 때문에 갯벌에서 결국 를 만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으뜸 되는 선은 물과 같다고 설파한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갯벌을 촬영하면서 가슴으로 진하게 안고 돌아오곤 한다.”

    


 

Ganghwa, 100×180Ultrachrome, 2017



생명의 움직임 삶의 경외감

손대면 죽은 척하는 갯벌청소부 밤게, 진흙바닥에서 발견되는 귀하신 몸 갯우렁이, 굴뚝집 주인 세스랑게. 물이 들어오면 해수면이 되고 나가면 땅이 되는 완충의 형상들은 지구의 생명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오염을 정화하는 허파구실을 한다. 수많은 구멍들은 물고기들이 산란하는 안식처이자 온갖 생물들의 거대한 집이다.

 

갯벌은 빛에 의해 생명들의 왕성한 움직임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저마다 모양들이 변화무쌍하여 매우 흥미로움을 준다. 화면은 올해 초 강화도갯벌을 촬영한 작품이다. 이 지역은 작가가 오랫동안 자주 방문했던 곳으로 서해안 조류(潮流)의 물때를 잘 살핀 결실이다. 물이 완전히 빠지는 해가 질 무렵 갯벌질감이 잘 드러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 느낌 좋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100×180


 


이곳 갯벌은 마르면 바람에 날아가는 미세한 진흙으로 그래서 질퍽질퍽하다. 이 때문에 작업 현장의 고충도 실제로는 흔하게 경험한다. 작가도 몇 해 전, 상반신까지 올라오는 겨울장화를 신고 들어가 촬영하다 펄 웅덩이에 빠져 장화를 자르고 맨발로 나온 적도 있는데 그때 동상에 걸려 심하게 고생했다고 전했다.

 

강화도는 펄의 형태가 산맥과 협곡처럼 펼쳐져 있어 이곳처럼 가장 한국적미감이 응축된 자연성도 흔치 않다고 본다. 특히 겨울에는 추위에 갯벌이 얼기 때문에 그 모습이 훨씬 뚜렷하고 저녁노을에 비치는 풍경은 가히 뜨거운 감명을 불러일으키는 장엄한 파노라마를 연출 한다. 그런 생명의 순환이 드러나는 충만한 곳을 시각적으로 포착해내고 그곳에서 섭리와 삶의 깊은 경외감을 느낀다.”

    

 

권동철/이코노믹리뷰 20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