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설경산수화〕 김충식 화백,고적(孤寂)한 세계(한국화가 김충식,노자,(老子),무위자연,농담(濃淡),여백,天下之至柔 馳騁於天下之至堅)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4. 7. 00:12


정월축복(正月祝福), 143×363한지에 수묵담채, 2002



   

天下之至柔 馳騁於天下之至堅/无有入於无間 吾是以知无爲之有益也/不言之敎 无爲之益 天下希能及之矣.

 

천하의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굳센 것을 뚫는다. 형체가 없는 것은 틈이 없는 곳으로도 들어가니 이로써 나는 무위(無爲)의 유익함을 알겠다. 말없는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은, 천하에 능히 도달할 자가 드물다. <노자 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김홍경 , 들녘>之矣의 지극히 굳센 것을 뚫는다. 형체가 없는 것은 틈이 없는 곳으로도 들어가니 이로써 나는 무위(無爲)의 유익함을 알겠다. 말없는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은, 천하에 능히 도달할 자가 드물다. <노자      

바람마저 멈춘, 차라리 고적(孤寂)한 세계다. 지상의 모든 흔적과 또 내년의 풍년을 기약하는 듯 솜이불처럼 따뜻하게 하얀 눈()이 덮어주었다.

 

아기가 성장하여 청년이 되듯 지금은 한 뼘도 안되는 묘목과 솔가지, 농부의 손길이 분주했던 볏집과 세정(世情)의 덧없음을 따끈한 차 한 잔으로 달래는 정자(亭子)의 인연에도 나지막한 숨결처럼 적막만이 흐를 뿐이다.


 


 

   

겨울기억, 69.5×115, 2013

 




생명의 존재들은 작고도 그러나 또렷하게 제자리에서 순응성을 드러낸다. 화백은 눈 덮인 산하의 정경 속에 꽃을 그려 춘정(春情)을 품고 있는 겨울의 포용력을 묘사하고 나비가 훨훨 날아 초월의 자유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그의 설경은 이른바 의경(意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예술적 경계 로 말 할 수 있는 이것은 예술가의 주관적인 사상과 감정이 객관적인 사물이나 대상을 만나 새로운 형상으로 융합하면서 생성되는 의미의 또 다른 형상(形象)이다.

 

작가가 조형언어로써 하나의 이상화된 형상으로 경지를 창조한다면 감상자는 그것을 탐구하며 체험한 것처럼 느낌을 받고 작품에 내재된 심층적 의미를 음미해 내는 것이다.

 

설경산수를 오랫동안 탐색해오면서 노자(老子)의 무위자연을 만난 화백은 눈을 덕()의 상징으로 인식한다. 곧 눈을 벗어나 꽃이 피고 나비를 등장시킨 것은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버리기 위함인 것이다.





   

    양수리의 휴일, 136×168, 2002

 



 

여백, 질서의 근원

화선지는 스스로 가진 부드러움을 변질시키지 않고 농담(濃淡)의 먹을 품는다. 번짐은 느낌을 포근한 감동으로 불러오는 기법이다. 딱딱함과 정지된 느낌의 겨울풍경에 보드랍게 눈발이 휘날리는 듯 한 번짐은 그 가치를 더해 간다.

 

그는 단순하게 생긴 전통모필 붓과 얇은 화선지가 포용적이며 순화하는 감성적인 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일깨우게 한다. 깨달음의 미학을 우리 재료는 이미 품고 있다라고 했다.

 

같은 사물이나 사안을 보고도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인간의 감정, 무한히 전개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들까지 수용하는데 흰색만이 아니라 먹색도 여백(餘白)이 된다. 특히 그의 설경작품에서 시선을 끄는 여백은 우리적인 정서가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된 여유와 여지의 공간이다.

 

()와 무()의 우주적 개념을 수용함으로써 그리지 않고 그리는 것의 깊은 이야기들이 가슴 속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나는 그것을 질서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고 전했다. 그것이 눈이 되고 동심을 자극하는 추억으로 이끄는 전령사가 되기도 하는데 매서운 강풍과 추위를 막아주는 눈 모습은 안온한 감성을 시각화시키고 무한한 명상의 기운을 조화롭게 한다.

 

광활한 우주의 섭리가 간결하고 담백(淡泊)하게 배어 든 그것이야말로 설경(雪景)의 대표화가로서 명성에 걸맞은 그의 비범함이기도 하다.

 

      

=권동철, 일간 에너지경제신문 201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