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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eung oh〕종이화가 이승오,부벽준,斧劈,미술인 이승오,화가 이승오,이승오 작가,겸재 정선, 금강전도,金剛全圖,Layer,백토,white clay)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4. 11. 23:52


Layer-金剛山雪景, 130×162Paper, white clay on Canvas, 2004

 

 


 

금강산의 민족적 혼()과 아기자기하고 자애로운 산맥의 심성이 어우러진 우리네 혈맥의 생생한 정기가 화가 이승오를 통해 캔버스 위에서 발현된다. 그는 종이를 산맥과 바위를 표현하기 아주 적합한 방법으로 개발해 그만의 준법()을 만들었는데 중국의 부벽준(斧劈)을 방불케 하는 느낌을 전한다.

 

툭툭 끼워 넣은 종이들은 크기에 따라 큰 바위가 되기도 하고 그늘진 계곡이 되어 졸졸졸 흐르기도 하며 노송(老松)이 눈보라를 온몸으로 껴안아 설산의 절경을 드러낸다. 이렇듯 산이 품은 억겁의 세월을 종이가 한 올 한 올 꿈틀거리며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추상적이고 때로는 구체적인 표현으로 금강산이 갖고 있는 만물상(萬物相)을 진지하게 구축해 종이로 쌓아 올렸으나 화면의 결과는 우리에게 해학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있어서 해학이란 마치 어린아이가 손으로 종이를 접듯 오밀조밀하고 꼬불꼬불하고 때로는 섬세하게 발현된다

 

 

 

   

Layer-호랑화, 124×92




이는 우주순환의 생명적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그 리듬성은 어떤 재료보다 강렬하게 발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공격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온화하고 위로하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 종이작업의 독창적인 민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인 셈이다.

 

작가는 "수많은 화가들이 고민하고 연습해 자기만의 표현방법을 찾고 싶어 하는 묘법(描法)을 나는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조선 후기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금강전도(金剛全圖)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라고 토로했다.

 

"나에게 있어 금강산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올라갔다 내려오고 이 골짜기에서 저 골짜기로 아니면 저 멀리 있는 바위산으로 옮겨 다니며 마치 탐험하듯 바위를 만들고 계곡에 정자(亭子)도 세우고 나무도 심으면 그 흔적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산으로 이루어지고 어느새 그림 속에 내가 놀고 있었다. 그것이 내 화업의 근본이 되는 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Layer-화조화, 124×92

 




이와 함께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에 사용되었던 백토(white clay)를 그의 그림에 사용하고 있다. 종이와 흙은 근원적으로 서로 상호보완하고 같이 호흡하며 빈곳은 메워주고 높은 곳은 더 돌출되게 하여 무수한 골산(骨山)을 표현하는 재료로 탁월한 조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마치 금강전도를 이 시대에 맞게 해석함과 동시에 그 감동을 우리에게 다시 안겨주는 듯하다.

 

그의 작업은 종이를 썰어서 쌓아올리기도 하고 겹겹이 말아서 붙이기도 한다. 선과 선의 이음과 결합에 의해 이미지가 드러나고 부조(浮彫)와 마티에르(Matiere)의 입체감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통합되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종이파편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화면의 화려한 색채와 율동성은 오일이나 아크릴재료와는 거리가 먼 종이의 단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이 이승오 종이회화, 집적(Layer)작품세계다.

 


 

=권동철, 20141224일 에너지경제